소비자 인식개선 넘어  
생활 실천으로 옮겨야
실질적 자원순환 가능

쓰레기 문제는 발생 이후 잘 처리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오늘날 환경 문제는 결국 소비 문제입니다. 많은 생산과 많은 소비로 생태계가 지탱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 현재의 환경 문제입니다. 소비자는 시장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막강한 힘과 책임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요? 자원 순환을 고민하는 전문가들은 소비에 앞서 버릴 것까지 '인식'할 것과 인식한 것을 '함께 행동'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만큼 값을 지급해야 하는 종량제 봉투. 부산은 청소차 진입이 어려운 고지대가 많아 쓰레기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발생하다 보니 종량제 봉투 가격이 전국 최고가(20ℓ1장 850원)로 책정돼 있다. 창원시 20ℓ 종량제봉투 1장 가격은 700원으로 부산시와 150원 차이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자 부산진구·남구·북구·연제구가 7월 1일부터 종량제봉투 가격을 10~20% 인하했다. 10% 인하한 연제구 20ℓ 봉투 1장은 770원이다.

"부산 4개 구가 내세우는 이유가 서민 부담 경감이라고 하는데 대략 20%를 인하해도 1년에 몇천 원 정도 인하 효과가 있어 서민부담 경감이 미미합니다. 오염배출자 부담원칙에도 어긋나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 방지에 한계가 있고, 쓰레기 감량을 위해 애쓰는 주민들의 노력이 빛을 잃고 있습니다."

김추종 자원순환시민센터 사무국장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쓰레기 감량과 종량제봉투 사용 감소를 통해 주민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몇십 원 할인에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을 우려했다.

자원순환 개념이 지금처럼 일상화되고 전문화돼 있지 않은 2010년 출범한 자원순환시민센터는 사회의 생태적 소비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고자 설립된 단체다. 부산환경운동합에 속한 '자원순환사업단'이었다가 2010년 1월 '자원순환시민센터'를 창립했다.

자원순환시민센터는 소비자인 일반 시민의 의식을 깨우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조사·정책·교육과 함께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자원 순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춘 단체를 찾기 어려운 경남 지역을 찾아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 김추종 자원순환시민센터 사무국장 인터뷰 모습. /이혜영 기자
▲ 김추종 자원순환시민센터 사무국장. /이혜영 기자

"재활용은 민간 수익사업 형태로 진행되다 보니 돈이 안 되면 관리가 잘 안 됩니다. 쓰레기가 꽂히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쉽게 그곳에 버리기 시작합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해보면 시민환경 의식이 높은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의식과 실천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습니다. 쓰레기 제로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지금은 문제를 인식하고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이상과 현실 속 괴리를 줄여나가는 습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사회는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고 구입할 것인가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면 1인 가구 증가가 유통산업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집에서 밥을 해먹는 인구는 줄지만, 소형 밥솥 매출은 늘고 있다. 가전 대여·배달 산업, 간편식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기 좋고 편하고 값이 싼' 단순한 가치에 치중한 소비자의 의식 수준과 권리 행사는 환경에 여러 가지 불안 요소를 불러들이고 있다. 간편식·배달 산업 성장은 2인·3인 가족 구성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1인당 쓰레기 배출량도 함께 늘고 있다. 재활용이 어려운 음식 포장재 등 신선식품 배송 시장이 커지면서 쓰레기 질도 나빠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가 없는 줄 알았던 쓰레기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린 컨슈머리즘(Green Consumerism·환경 소비자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가정에서 분리 배출을 잘하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정도에서 플라스틱 과포장 제품 구매를 꺼리고,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골라서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소비자 손길을 기다리는 기업도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을 앞세워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생산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소홀히 여겼다가는 고객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소비자가 더 적극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원 순환을 외쳐도 돌아보지도 않던 소비자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이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도록 애를 써야 합니다. 싸고 좋은 물건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권리 행사와 소비자 책임은 서로 표리관계에 있기 때문에 의식만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종량제봉투 가격 인하는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 의식을 흩트리고 시대에 역행하는 행정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원순환시민센터는 에코언니야, 강사 모임을 중심으로 핵심주제를 정해 생활 운동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연우 에코언니야(사회적기업) 강사는 부산 북구 화명1동 한 아파트에서 부녀회 회원을 대상으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교육을 진행하며, 주부들 공감을 얻는 데 치중했다.

"교육을 하는 강사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사는 완전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책 등을 몰랐다 하더라도 그건 핵심적인 내용이 아닙니다. 강의를 듣는 한 명이라도 '이게 문제가 있구나, 나부터 해봐야지'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방법을 주부들이 몰라서 실천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방법 중 한 가지만 실천해 볼 것을 주문하고 잘돼서 주위에 확산하고 다른 방법을 또 찾도록 하는 것이 교육 목표입니다."

소비 후 분리 배출을 잘하는 것으로 소비자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소비자 판단과 행동이 모여 공유될 때 기업 활동과 정책 방향이 결정된다. 소비자인 우리가 쓰레기 문제의 키를 쥐고 있다. 잘 쓰고 잘 담자. 쓰담쓰담.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