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3000원에 끼니 해결, 메뉴 3개 1만 원도 안 돼
보편적 사람 입맛에 맞춘 푸짐하면서도 담백한 맛
식권 대신 카드단말기 등 변화한 시대상 엿보이기도

요즘 밥값은 보통 7000원 정도 한다.(사실 더 맛있는 것을 먹으려면 더 든다) 거기에 커피까지 먹고 나면 족히 1만 원은 쓴다. 매일 밥을 사먹는 직장인들로선 부담스럽다. '어디 싼 곳 없나' 생각하다 학교식당, '학식'이 떠올랐다. 10여 년 전 먹었던 학식에 대한 기억은 가격이 싸고 배가 빨리 꺼진다는 것. 그리고 학식을 먹고 마셨던 자판기 커피도 생각났다.

창원대 사림관 학생식당에 갔다. 이곳은 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현금을 내고 식권을 구매했었는데 이제는 카드결제 시스템이다. '카드결제 전용'이라는 모니터 앞에 섰다.

메뉴는 뚝배기(4000원), 특식(등심돈가스 3300원·치킨치즈까스 3800원), 떡라면 2500원, 해장라면 2500원, 라면 공깃밥 700원 중 고를 수 있다. 뚝배기, 등심돈가스, 해장라면 세 개를 선택하니 9800원이 찍혔다. 오후 1시 가까이 식당에 가서 그런지 생각보다 학생들이 많지는 않았다.

▲ 김민지 기자가 창원대 사림관 식당에서 등심돈가스를 먹는 모습. /이서후 기자
▲ 김민지 기자가 창원대 사림관 식당에서 등심돈가스를 먹는 모습. /이서후 기자
▲ 취재 날 4000원짜리 뚝배기 정식에는 딸기 우유가 후식으로 나왔다. /이서후 기자
▲ 취재 날 4000원짜리 뚝배기 정식에는 딸기 우유가 후식으로 나왔다. /이서후 기자

이서후: 일단 학식은 가격이 싸지.

김민지: 그죠? 대학교에 입학할 당시(2002년) 1300원 했어요. 그때 갓 대학교 입학해서 선배들이 밥을 사줬는데 가격을 알고 엄청 싸서 놀랐어요. 싸서. 학식을 즐겨 먹지는 않았는데 학식서 파는 라면은 맛있게 먹었어요. 가격도 1000원 정도였고 꼬들꼬들한 면이 좋았어요. 요즘 학식은 카드결제가 되네요.

이: 대학 때 카드를 써본 적이 없다.(웃음) 식권을 한꺼번에 사서 밥 먹을 때마다 식권통에 넣은 기억이….

김: 선배 때는 학식이 얼마였죠?

▲ 식권을 대신한 카드단말기. /김민지 기자
▲ 식권을 대신한 카드단말기. /김민지 기자

이: 1990년대니까. 그리고 사립이라. 1000~2000원 정도? 했던 거 같아. 군대 갔다 오니까 직영에서 위탁으로 바뀌었더라고. 여기는 직영인 거 같은데. 메뉴가 간단하네.

김: 그렇죠 요즘 사립대 학식은 거의 위탁인 거 같은데. 그리고 위탁으로 바뀌면서 메뉴도 다양해지고 가격도 좀 오른 거 같아요.

이: 최근에 모교에 가보니까 학식이 무슨 레스토랑 같더라. 프랜차이즈 카페도 학교 안으로 들어오고.

김: 그죠? 그래도 바깥보다는 학식이 싸니까 외부 사람도 많이 오는 거 같아요.(창원대는 일반인 정식은 4000원이고 학생 정식은 3000원이다) 지금은 학생과 일반인 가격이 나누어져 있지만 2000년대 당시에는 일반인도 같은 가격으로 학식을 먹을 수 있어서 등산 갔다가 온 사람들이나 평생교육 듣는 분들도 많이 먹었어요. 싸다고. 선배 학식 맛은 어때요?

이: 푸짐하고 담백하네. 담담한 맛인데 재료 본연의 맛?

김: 제 기억에 학식은 맛이 별로 없고 배가 빨리 꺼졌어요. 밥 먹고 얼마 안 돼서 또 배고파. 수업시간이 촉박할 때는 친구들이랑 학식 먹거나 아니면 바깥에서 먹었어요. 아니면 일주일 치 식단표가 나오니까 메뉴가 괜찮으면 학식 먹고.

이: 난 학식을 먹다 보니까 군대밥이 생각나네. 학식이랑 군대밥이랑 조리 방식이 비슷하잖아.

김: 선배는 학식 즐겨 먹었어요?

이: 반반 정도? 반은 학식 먹고 반은 바깥에서 먹거나 시켜먹고 했지. 술 먹은 다음 날 돈이 없을 때 동기에게 천 원씩만 걷어도 밥 한 끼는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김: 돈가스가 두툼하니 맛있어요. 해장라면이 특히 맛있네요. 여기 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는데 창원대 학식 해장라면이 그렇게 맛있다고 누가 추천을 했더라고요. 역시 맛있네요. 선배는 대학 때 혼밥 한 적 있어요?

▲ 돈가스는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다. /이서후 기자
▲ 돈가스는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다. /이서후 기자
▲ 맛있다고 소문난 창원대 해장라면. /이서후 기자
▲ 맛있다고 소문난 창원대 해장라면. /이서후 기자

이: 자주 했지.

김: 전 학식을 혼자 먹은 경험이 없어요. 그땐 혼자 밥 먹는 게 싫었어요. 점심 시간에 우글우글 사람들이 많은데 혼자서 밥 먹기가 뭣하더라고요.

이: 혼밥 정도야. 그때는 혼술을 이상하게 쳐다봤지. 호프집에서 내가 혼자 술 먹는 모습을 보고 뒷날 친구들이랑 선배가 무슨 일 있느냐고 막 물어봤으니까. 지금이야 혼술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 혼자 밥 먹는 게 싫어서 '밥터디' 같은 것도 하잖아요. 공부는 따로 하고 식사는 같이 하는.

이: 그래?

김: 선배는 학식 먹고 자판기 커피 안 먹었어요?

이: 먹었지. 그땐 프랜차이즈 커피숍 같은 게 없었으니까 다들 자판기 커피를 먹었지.

김: 저희 때는 밀크커피가 150원 했었는데. 선배는 얼마 줬어요?

이: 50원? 학교 안 자판기는 학생복지위원회에서 운영했으니까 쌌고 학교 밖은 150원 정도 했었던 거 같아.

김: 그땐 학식 먹고 커피 마셔도 2000원이 안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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