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습지, 평야 만들며 저수지로
자연·인간 공존 토대 조성 집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도 눈맛
향토자료전시관·단감공원 볼만

◇원래는 저습지였는데

창원 주남저수지는 경남도청으로부터 경남 대표 생태관광지 가운데 하나로 2018년에 지정되었다. 이에 따라 창원시청 주남저수지사업소 주관으로 주남저수지생태관광협의회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등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시설물을 만든다든지 하기보다 지역주민들 사이 협력을 강화하고 서로 이해를 높이면서 주남저수지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바람직한 생태관광지로 지속될 수 있도록 토대를 닦는 일에 좀더 집중하고 있다. 한 해 탐방객이 4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인간의 자연에 대한 압력이 이미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새들 머무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가로등을 설치하지 않고 전봇대를 없애고 전깃줄을 땅에 묻는 한편으로 탐방로 설치도 되도록 늘리지 않는 등 시설 도입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주남저수지는 지금 가서 보면 제방이 높다랗게 쌓여 있지만 원래는 자연상태 저습지였다. 지금보다 적어도 다섯 배는 넓었는데 사람이 필요에 따라 물길을 내고 가두고 함으로써 저수지가 되었다. 특히 1920년대 일제강점기 동읍과 대산면 일대에 대산평야를 조성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태풍이 지나고 나서 찾아갔는데도 쓰러진 벼는 눈에 띄지 않았다. 벌써 초록을 버리고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이었는데 이삭이 점점 무거워지면서 고개를 숙인 녀석들이 많았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벼메뚜기는 이리저리 툭툭 튀었고 잠자리는 맴돌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 꽃을 피운 코스모스와 갈대·억새 사이로 난 주남저수지 제방 길.
▲ 꽃을 피운 코스모스와 갈대·억새 사이로 난 주남저수지 제방 길.

◇저마다 특징이 뚜렷한

주남저수지는 셋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쪽에 산남저수지가 있고 가운데는 주남저수지가 차지하고 있으며 도로 건너편 남동쪽으로 동판저수지가 놓여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데는 단연 한가운데 자리 잡은 주남저수지다. 도로가 잘 나 있는 덕분도 있지만 호쾌하게 탁 트인 경관이 답답한 도시에서 날마다 되풀이되는 일상에 찌들린 많은 이들에게 시원함을 안겨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탐조대가 마련되어 있는 동쪽 제방에서 보는 이런 경관은 어쩌면 단조롭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기역자로 꺾어지는 제방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그와 다른 여러 느낌을 자기것으로 삼을 수 있도록 다채로운 경관도 품고 있다.

주남 북쪽 산남저수지는 크기가 작아서 찾는 사람도 많지 않고 조용하다. 개구리밥·마름 같은 작은 물풀이 수면 가득할 때가 많고 연꽃도 많다. 또 물이 얕아 작은 철새가 많이 찾는데 풍경이 한가롭다.

동판저수지는 도로 가까이 있는데도 살짝 돌아앉은 듯한 느낌이다. 물속 곳곳에 왕버들이 자리 잡고 있는 데다 물까지 깊어서 한결 풍성한 느낌이다. 아기자기하고 다정다감하지만 사람들은 별로 찾지 않는다. 그래서 고니나 노랑부리저어새처럼 덩치 큰 철새들이 주남저수지에서 지친 심신을 쉬었다 가는 자리가 되었다.

둑에 올랐더니 코스모스가 여기저기 이미 꽃을 피우고 있었다. 젊은 연인은 카메라를 고정시켜 놓고 갈대·억새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바빴다. 50∼60대 중년으로 보이는 한 무리는 칸막이 난간에 기대어 한참을 얘기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도 적지 않았는데 가다가 무슨 곤충이라도 찾았는지 함께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있었다.

▲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주남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창원 도심에는 메타세쿼이아가 가로수로 멋지게 심어져 있는 데가 여럿이다. 창원 충혼탑에서 문성대학으로 이어지는 왕복 6차로 도로와 용호동 경남도민의집과 창원시립도서관 일대 왕복 2차로 도로가 대표적이다. 창원 사람들은 이들 가로수길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남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보다 크게 못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에 버금가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주남저수지 가까이에 하나 조성되어 있다. 인터넷에서 지도를 '죽동마을메타세쿼이아길'을 찾아보면 쉽게 검색이 된다. 봄여름가을겨울 사철 풍경이 그럴듯하다.

주변 논이 철마다 다르게 경관을 연출해주는 덕분이 크다. 봄철 모내기할 때는 메타세쿼이아가 논물에 그림자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가을에는 황금빛 물결 위로 살짝 누런빛을 머금은 가지들이 쭉쭉 뻗는다. 겨울에는 잎을 죄다 떨어낸 가지들과 텅빈 들판이 함께 어울리며 색다른 느낌을 안겨준다.

여기 도로가 일제강점기에는 제방이었다. 촌정(村井)제방 무라이(むらい)제방이라 했는데 여기에 대규모로 농장을 간척한 일본 연초왕의 성이 촌정(무라이)이었다. 지금 주남저수지가 있는 쪽으로 물을 가두려고 만든 제방인데 옛날 습지와 농지의 경계선 정도로 여기면 적당하다. 물론 이런 사실이야 알아도 그만이고 몰라도 그만이다.

▲ 탐방객들이 관찰덱을 찾아 주남저수지를 살펴보는 모습.
▲ 탐방객들이 관찰덱을 찾아 주남저수지를 살펴보는 모습.

◇이 밖에도 둘러볼 만한 데가

먼저 2009년에 이곳 출신인 양해광씨가 문을 연 창원향토자료전시관이 있다. 주남저수지 시작되는 들머리에 있는데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옛날 음반과 교복·교과서·풍금·책상·걸상과 성적표, 선거포스터와 전화기·휴대전화·삐삐에 타자기·주산까지 갖은 물건이 나와 있다. 문화재라면 으레 오래 묵은 것이려니 하는 통념을 가볍게 깨어주면서 우리가 지금 쓰는 물건들도 세월이 지나면 문화재가 될 수 있구나 일러주는 재미있는 민간 전시관이다.

창원단감테마공원도 가까이에 있다. 창원시청에서 작정하고 만든 공원시설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단감나무가 심겨 있고 홍보관·잔디광장·초가동·생태연못·감식초 체험장·과수원·전망대 등이 갖추어져 있다. 소박한 시골 느낌을 누리면서 안정감도 얻을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이 밖에 람사르문화관·주남저수지생태학습관·탐조대는 주남저수지 가까이에 바짝 붙어 있으니 선걸음에 둘러보면 된다.

※생태관광과 습지문화에 대한 인식 증진을 위하여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민일보가 함께합니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은 2008년 람사르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 경남 개최를 계기로 설립된 경상남도 출연기관입니다. 습지·생태 보전을 위한 학술 연구와 정책 지원, 환경 보전 인식 증진과 교류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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