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차산업법 시행했지만 구체적 규정 없어 개정 시급
"품종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종합적으로 이끌 연구소 필요"

◇차산업 육성법 실효성 '의문'

지난 2016년 1월부터 '차산업 발전 및 차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차산업법)'을 시행했다. 전통차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차산업을 발전시켜 농민 소득증대에 이바지하고, 차문화를 보급해 국민의 건강한 생활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차산업법 시행으로 우선 기술개발(R&D) 자금이 풀렸다. 또 제주에 국가 단위 연구소인 차연구실을 처음 설립했다.

최진명 하동군 녹차산업담당은 "그동안 차산업은 다른 작물과 함께 다뤄졌는데, 차산업법을 제정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에 차산업만을 담당하는 조직을 만들어 하동군과 보성군 공무원이 1명씩 파견 근무하는 것도 성과"라고 말했다.

법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차산업 발전 등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차산업 발전, 차문화 진흥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 법에는 차산업 소비자·종사자 교육훈련과 전문인력 양성, 차의 품질표시와 인증, 판매확대, 세계화 촉진, 차문화 계승·발전까지. 사실상 차산업을 위한 모든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기본계획 수립주기와 시행계획, 이에 필요한 재원 마련 등과 같은 규정이 없다. 그래서 2017년 11월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해마다 시행계획을 세워 재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 실효성을 담보하려는 취지다.

실제 올해 농식품부에서 확보한 차산업 육성 직접 집행 예산은 품평회와 전시회 지원사업 1억 2000만 원에 불과하다.

이 개정안은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차 생산지가 하동과 보성, 제주, 구례, 사천 등 특정지역(전체 생산량·생산액의 91%)으로 한정돼 있어 농식품부가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도 법으로 녹차재배농가에 이익을 주는 것은 보편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부 있다.

▲ 김종철 하동녹차연구소장은
▲ 김종철 하동녹차연구소장은 "1000년 이상 이어진 차문화가 있는 한 차산업은 망하지 않는다"며 "녹차관광산업과 차문화를 잘 연계하면 차산업은 부흥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영호 기자

◇"차 재배 농민 역량 강화해야"

전국의 차 재배 농민들은 전문단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김태종 하동군차생산자협의회 회장은 "한국차생산연합회 산하에 한국차자조금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등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결성되면 한우와 한돈처럼 연예인을 섭외해 차를 홍보하는 방송광고를 할 수 있고, 농가 역량 강화 교육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농식품부도 차산업 민간단체 역량 강화와 협업을 위해 차 의무자조금 조성과 단체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의무자조금단체를 구성하면 국내외 차산업 환경변화에 따른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고, 차 수급조절과 차 소비촉진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차 생산자단체를 비롯한 내부 갈등 문제로 자조금 단체 설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차산업 기관과 단체의 업무협업 구축도 요구된다. 우선 지역단위로 구성한 차 생산자단체 중심에서 벗어나 전국단위 협의회를 운영하고, 생산자 중심에서 생산·가공·유통·수출·문화 등을 포괄하는 협의체로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고품질 차 생산을 위한 표준 재배기술 개발과 보급이 시급하다. 표준 재배방법 보급으로 생산비 절감이 가능하고 차 품질의 균일화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개발 효과 제고를 위한 기관과 대학, 연구소, 산업체 등 연구체계 확립과 협업시스템 구축은 더딘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소비가 증가하는 홍차 등 발효차 시장에 대비한 연구와 상품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김종철 하동녹차연구소장은 "보성은 전남도농업기술원 소속 차산업연구소가 있고, 농촌진흥청과 제주도도 각각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면서 "차 재배와 품종개발, 가공, 제품생산, 소재개발, 그리고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연구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녹차를 경관보전직불금 대상에 포함하는 문제도 국회에서 해결되길 차 재배 농민들은 바라고 있다.

◇"녹차의 건강 효용성 홍보 중요"

녹차나 홍차가 건강에 좋다는 얘기는 잘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효능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최근 하동녹차연구소는 녹차나 홍차를 매일 한 잔 이상씩 마시면 뇌졸중, 심장병, 성인병 예방 효과가 있다는 자료를 냈다. 이번 추석 연휴에 가족과 함께 차를 자주 마시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유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녹차와 홍차는 카테킨을 비롯해 테아플라빈과 플라보노이드, 건강에 유익한 페놀 화합물 같은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플라보노이드는 강력한 항산화 효과가 있어 건강기능식품 소재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과학원이 공개한 '식품의 기능성 성분표'에 따르면 차 100g 속에 들어 있는 플라보노이드는 1453.6mg으로 백미의 14배, 현미의 12배, 건조 김의 3.6배, 검정콩·흑미의 2.7배다.

김유리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매일 녹차 3컵 이상을 섭취한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뇌졸중 발병률이 38% 감소하고, 1컵 이상 섭취해도 25%의 뇌졸중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최근 보고했다.

하동녹차연구소는 경상대학교 허호진 교수 연구팀과 말차를 이용한 당뇨·비만 개선 효과, 비만으로 말미암은 대사증후군 개선 효과 확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소장은 "말차를 마시면 찻잎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 전체를 흡수하기 때문에 당뇨, 비만과 같은 성인병 예방 효과가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생활 속 녹차 대중화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범사업으로 고속도로 휴게소와 도서관 등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시음사업을 구상했으며, 다도·다례 교육과 학술사업, 차 전통행사를 통한 차문화 보급을 고민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실 차산업은 차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는데 융화가 쉽지 않다"며 "정부 주도로 차산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차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김 소장은 이 말을 강조했다.

"1000년 이상 이어진 차문화가 있어 차산업은 망하지 않는다. 녹차관광산업과 차문화까지 잘 연계하면 우리나라 차산업은 부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끝>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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