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 손에서 자란 성장기
〈나의 두 사람〉 발간 1년 맞아
같은 사연 독자 공감에 감사
"글쓰면서 타인 이해하게 돼"
차기작 보호자 된 이야기 담아

지난달 2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 있는 책방 산책에서 만난 김달님(31) 작가. 지난해 5월에 책을 내고 창원대 앞 카페 오색에서 첫 북토크를 했으니 일 년이 훨씬 지나 다시 창원에서 북토크가 열렸다. 그동안 '조손가정', 할아버지, 할머니가 부모 노릇을 하며 자신을 키운 이야기를 담은 그의 책 <나의 두 사람>(어떤책, 2018년)은 많은 이들이 꾸준히 찾는 책이 됐다.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초청을 받아 독자들을 만났다. "예상보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요. 사실 책을 내기 전에는 이런 걸 누가 읽을까, 출판사 대표님이 판단 실수를 한 게 아닐까도 생각했었거든요."

◇비슷한 상처를 지닌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다 = 그는 메일이나 SNS로 독자들이 사연을 보내왔는데, 개중에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지닌 이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 분은 남편과 이혼을 하고 혼자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계셨는데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을 다해서 키우고 있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자신의 품을 떠났을 때 받을 수 있는 상처들 때문에 항상 두려웠다고 해요. 그런데 제 책을 읽고 용기를 얻었대요."

작가 스스로 독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감사 인사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또 정성스럽게 자필 편지를 보낸 60대 서울 할머니 독자 이야기도 인상이 깊다. 김 작가와 똑같은 가정사를 경험해서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이 할머니도 할아버지와 함께 5살 여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하셨어요. 저처럼 그 아이도 할머니를 엄마로 알고 자라고 있었어요. 할머니께서는 저에게서 손녀의 모습을 보셨다며 이런 책을 내줘서 감사하다고 적으셨어요. 그리고 서울에서 북 콘서트 할 때 손녀와 함께 오셨더라고요. 되게 귀엽고 예쁜 아이였는데요,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는 거 보니 되게 뭉클했어요."

김 작가는 이렇게 자신의 책이 조손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를 줄 수 있었던 게 참 뿌듯하다고 했다.

▲ 지난달 2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동네책방 산책에서 열린 <나의 두 사람> 김달님 작가 북토크. 김 작가는 책 출간 이후 받은 다양한 피드백과 앞으로 활동 등을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서후 기자
▲ 지난달 2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동네책방 산책에서 열린 <나의 두 사람> 김달님 작가 북토크. 김 작가는 책 출간 이후 받은 다양한 피드백과 앞으로 활동 등을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서후 기자

◇이제 더는 결핍이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요 = 김 작가는 글을 쓰면서 삶이 더욱 단단해진 듯하다. 한때 지독하게 작가를 괴롭히던 '결핍'이 더는 자신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제 삶에서 그동안 이해되지 않은 부분도 글을 쓰면서 이해가 되기도 하고 제가 미워하던 사람들도 조금 복잡하게라도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아주 어린 나이에 저를 버리고 떠난 엄마를, 단순히 저를 버리고 간 그 사실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저를 낳았을 때 엄마의 너무 어린 나이, 엄마도 너무 무서웠을 거라는 생각,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으로 엄마를 다시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확실히 그는 지난 1년 자신이 작가라는 사실을 제대로 자각한 듯하다. 글을 쓰면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위로를 받는지 깨달으면서 앞으로도 작가로 살고 싶다고 확신하게 된 것이다.

◇지역에서 계속 글을 쓸 거예요 = 책을 내는 과정을 겪으면서 김 작가는 사실 서울에서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한다. 출판과 유통과 마케팅이 거의 서울에 집중돼 있고, 교류하고 협업하고 싶은 작가들도 대부분 서울에 살기 때문이다.

"제가 듣고 싶은 글쓰기 강의는 모두 서울에서 열려요. 그것도 주말도 아니고 평일 저녁에요. 그러면 저는 회사를 쉬고 왕복 차비 10만 원을 들여서 서울을 다녀와야 해요. 지금도 저는 제가 사는 창원의 카페나 제 방에서 글을 쓰고 있어요. 때로 나도 서울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러면 어쩌면 저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 같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곳을 떠날 수 없다는 걸 잘 알아요. 제가 창원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제 몫을 찾아가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 독자 중에서도 그의 책에서 발견한 지역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다.

"제 책에 대해 이런 리뷰를 본 적이 있어요. 책에서 용지호수를 발견하니까 너무 반갑다, 창원대 졸업생인데 창원대 정문 이야기가 나와서 참 좋았다, 제가 아는 장소가 책에 나오니까 너무 신기하더라는 이야기들이에요. 아마도 사람들이 그 장소의 소리, 분위기, 풍경을 다 아니까 이야기가 더 와 닿았을 거예요. 저도 다른 책에서 창원 이야기를 발견하면 되게 반갑거든요."

결국, 작가는 자기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다. 그러니 앞으로 김달님 작가의 글에는 창원 이야기가 계속 등장할 것이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동네책방 산책에서 열린 <나의 두 사람> 김달님 작가 북토크 모습. /이서후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동네책방 산책에서 열린 <나의 두 사람> 김달님 작가 북토크 모습. /이서후 기자

책을 내고 나서야 발견한 소중한 사실도 있다. 책을 내기 전까지 혼자 글을 쓰면서 그는 아주 외롭다는 생각을 했었다.

글 쓰는 일에 대해서, 다시 말해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고 내가 어떤 면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동안은 창원에 저와 같은 사람들이 없는 줄만 알았어요. 최근 글쓰기 교실을 진행하고 있는데 제가 사는 이 지역에도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혼자 글 쓰며 되게 외로울 때, 이 사람들을 만나면 어땠을까, 그때는 왜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죠."

10월 말에 그의 두 번째 책이 나온다. <나의 두 사람>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신을 키워 준 이야기를 담았다면 두 번째 책은 자신이 두 사람의 보호자가 되면서 보낸 시간을 담았다.

"우리가 아주 어릴 때는 보호자의 도움 없이는 혼자 걸을 수도 먹을 수도 없었잖아요. 그렇게 제가 자라서 이제는 반대로 혼자 걸을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는 제 부모(할머니, 할아버지)의 보호자가 되는 이야기예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