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안 가리고 분노 폭발
분별력 중요한 시점 중심 잡아야

스마트폰이 울린다. 태풍 '링링'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기상청은 이동 경로와 강도 등의 특징을 통해 2010년 태풍 '곤파스'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당시 곤파스가 우리나라에 상륙해 일으킨 피해로 사망자 6명과 12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 1670억 원의 재산 피해가 있었다는 뉴스가 타전된다. 태풍에 대해 걱정을 하는 찰나, 순식간이다. 댓글 창에 태풍에 비유하여 목적어가 빠진 '쓸어버려라'라는 글들이 적힌다.

태풍에 빗대어 한·일 관계가 표출된다. 댓글들을 읽는다. '기사님 우회전, 우회전 부탁합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쓸어주세요' 더하여 목적어가 등장하며, 현 정부와 여·야 갈등이 함께 표출된다. 태풍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태풍 같은 말들이 댓글 창에 쏟아져 내린다. 이들이 표출하는 '분노'는 인터넷 관계망을 통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자신의 의사 표현이 순식간에 전달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온라인 의사소통 플랫폼에 익숙해지자 무수한 정보 홍수에 노출된다. 일방통행이던 매체들도 쌍방향 플랫폼을 통해 말과 글을 넘어 영상으로 생각을 공유한다. 이로 인해 선한 영향력을 가능하게 만드는 만큼 진실을 가장한 거짓 정보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바로 잘못된 정보다.

눈뜨고 감을 때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는 어떤 시대보다 많은 활자와 영상을 보며 살고 있다.

분명 열린 세상이다. 하지만 닫힌 세상으로 느껴질 만큼 서로의 주장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각자의 주장과 논리를 가진 생각들이 뉴스라는 옷을 입고 분별없이 전파된다. 주장의 근거가 조작되어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기 힘든 세상이다. 신뢰가 무너져버린 매체들, 신뢰를 키워가는 매체들 사이 국민의 '분노'가 활용되고 있다.

더 이상 계층이동이 불가능한 사회, 더욱 양극화되고 견고해진 계급, 분배되지 않아 벌어지는 불평등, '우울'이 보편화한 사회에 개인과 국가의 노력, 그동안 '참아라'는 주입식 교육을 통해 분노가 쌓여왔다. 개인의 욕망을 존중하지 않았던 성장 중심에 소외된 사람들의 분노가 온·오프라인을 통해 폭발한다.

폭발한 분노가 곳곳으로 전이된다. 총성 없는 전쟁이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무역 전쟁이다. 국가적으로 미국 중심의 아메리카 퍼스트, 중국이 생각하는 일대일로 중국몽, 아름다운 나라를 표방하는 일본.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하나된 대한민국 등 나라의 각축 속에 영향과 피해는 어떤 방식으로든 개인에게 연결된다. 총성은 없지만 개인의 삶은 피해를 당하고 사상자를 발생시킨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절실하게 세상에 대한 바른 생각이나 판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분별력이 중요해지는 시점, 개인은 어떻게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채찍질 당하며 살아온 시간에는 표현과 생각을 기를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늦지 않았다. 사람들이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이유가 확장돼 행복을 가름하는 수치가 경제력, 계층, 계급 등이 아닌 다른 시선들이 형성된다.

그 순간, 제3의 방식으로 분노를 조절하는 사람들이 댓글 진화에 나선다. '이럴 시간에 진정한 행복을 찾으세요.' 글을 읽는 순간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댓글은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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