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동주민자치회 20일 예정
임병무 회장, 걱정 반 기대 반
"자치회 이해 아직 부족하지만
마을사업 처음 선보이는 자리"

추석날 차례 상을 차리듯 정성스레 뭔가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앞줄 과일부터 다음줄 부침, 나물에 부피 큰 떡, 생선, 육고기까지 심혈을 기울여 상을 차립니다. 한가위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듯 소중하고 또 소중하게 준비하는 그 무엇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주민총회'입니다. 말이 쉬워 주민총회이지, 실제 이런 행사를 경험해보신 분은 적을 겁니다. 주주총회, 학생총회, 아파트 임시총회 같은 건 들어보거나 참여해봤어도 말입니다.

주민이 도대체 몇 명인데 총회가 가능해? 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 주민총회를 지금 창원시내 9개 읍면동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잡힌 순서대로 보면 성산구 웅남동 주민자치회가 16일(월) 오후 6시 반, 성주동 20일(금) 오후 6시, 의창구 용지동 20일 오후입니다. 진해구 웅동2동이 다음날인 21일(토) 오후 2시에, 마산합포구 진동면과 진해구 풍호동이 25일(수) 각각 오후 4시와 2시에 주민총회를 합니다.

이어 10월 4일(금) 오후 5시에 마산회원구 양덕2동, 8일(화) 오후 5시에 마산합포구 노산동, 10월 18일(금)에 의창구 북면 주민자치회가 총회를 합니다.

▲ 오는 20일 열릴 주민총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창원시 성주동 주민자치회. 오른쪽 맨 앞이 임병무 회장이다. /성주동주민자치회
▲ 오는 20일 열릴 주민총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창원시 성주동 주민자치회. 오른쪽 맨 앞이 임병무 회장이다. /성주동주민자치회

◇성주동 주민자치회 출범

창원시 성주동 임병무 주민자치회장은 준비된 주민자치회장입니다.

주민자치를 배우러 전국을 다녔습니다. 지난 7월 1일부터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 주민자치회장이 된 그는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상임이사이기도 합니다.

9월 20일 주민총회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그를 보고 부인이 이렇게 이야기를 했답니다.

"잠도 자지 않고 자치계획서 작성하고 추진하고 정산까지 하고, 이번엔 주민총회도 고민하고 있다.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만큼 했으면 됐지, 마냥 주민자치회에 미친 사람처럼 하고 피로해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런 임 회장의 모습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그는 이 동네 토박이가 아닙니다. 한국전력 퇴직을 앞둔 2005년 12월에 성주동에 이사온 그는 주민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2012년 1월 주민자치 위원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7년 9개월째 쉬지 않고 활동을 하고 있는 거죠.

2013~14년 봉사분과장, 2014년 부위원장, 그리고 올해 회장이 된 과정을 봐도 꾸준함이 느껴집니다.

"성주동 소개를 해주시죠?"

"주민이 2만8000명이 넘어요. 의령군보다 많습니다. 동네 여건이 서울 강남·북과 비슷한데, 안민동에는 자연마을도 있어요. 한국의 독도라고 하죠. 새로 형성된 아파트촌과는 강남·북만큼 여건차이가 납니다."

"그런 여건 속에서 어떤 주민자치활동을 하고 싶나요?"

"강남·북처럼 간격이 있는 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함께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합니다. 환경, 교통, 노인복지, 낙후지역 지원 같은 일을 주로 하고 싶어요."

성주동 주민자치위원은 여자 15명에 남자 9명, 나이는 30대 후반부터 70대까지고 50대가 가장 많습니다. 직장인·자영업자 6~7명 외에는 퇴직자·가정주부이고, 전에 주민자치위원 했던 분이 14명입니다. 기획교육, 문화, 복지, 마을공동체 등 4개 분과이고요.

주민자치회 하영식 감사는 최근 사업 흐름에 대해 "회장의 주민자치 마인드가 보통이 아니다. 열의가 대단하다. 자치위원들이 못 따라주는 경향이 있다"면서 "위원들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고, 회장 경선 때 반대했던 위원들도 있기 때문에 회장이 많이 수용하고 의견도 많이 듣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지난 8월 열렸던 성주동 축제 모습. 오는 20일 열릴 주민총회에도 주민들의 많은 참여를 위해 자치회가 뛰고 있다. /성주동주민자치회
▲ 지난 8월 열렸던 성주동 축제 모습. 오는 20일 열릴 주민총회에도 주민들의 많은 참여를 위해 자치회가 뛰고 있다. /성주동주민자치회

◇9월 20일 주민총회 준비

9월 20일에 창원시 주민자치회 출범의 핵심인 '제1회 성주동 주민총회'가 열립니다.

오후 6~8시 안민초교체육관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창원시 조례에 따라 이곳 주민자치위원 숫자(24명)의 3배인 72명이 정족수입니다. 만 18세 이상 주민이 해당됩니다.

임병무 회장은 "주민자치회가 고민하고 준비한 '행복한 마을 만들기'의 내용이 무엇인지 주민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그것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지금 성주동 주민자치회의 현안"이라며 "주민총회를 어떻게 주민과 함께 준비하고 실행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풀뿌리 자치와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그는 때 이른 주민총회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전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의 차이에 대해 깊은 이해가 안 돼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민센터 프로그램 운영이나 단순 봉사활동이 많았는데, 지금은 분과별로 사업을 생산하고 실천하는 고민을 해야 할 처지입니다. 당장은 그게 잘 안 되죠."

"주민총회를 급하게 잡은 것 같습니다. 주민총회에서 사업 우선순위를 잡아라, 그래야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창원시의 의도입니다. 결국 사업계획을 잡는 것보다 그 과정이 중요한데 그게 잘 안 되고 있습니다."

현재 성주동 주민자치회는 주민총회에서 다룰 내년 사업으로 초·중학생 100인 원탁회의, 마을도서관에서 운영할 '아빠랑 아이랑 함께해요' 프로그램, '안민마을 꿈자람마을학교'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영식 감사는 이번 주민총회에 대해 "성사 관건은 일단은 정족수가 차야 한다. 목표는 200명이다. 많이 올수록 좋은 거다. 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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