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즈오카·전남 보성·제주
제조법 체험프로그램·시연 인기
하동군 야생차엑스포 유치 총력
천년다향길·웰니스단지 조성

▲ 전남 보성군의 녹차 관광 1번지인 '대한다원'.  /이영호 기자
▲ 전남 보성군의 녹차 관광 1번지인 '대한다원'. /이영호 기자

◇일본 최대 산지 시즈오카

나고야에서 시즈오카가 가까워지자 고속도로 양옆으로 온통 차밭이다. 곳곳에 세워진 차(茶)라는 글자가 적힌 대형 간판들. 일본인의 자존심이라 하는 후지산 그림. 이 지역이 일본 차의 고장임을 말해준다. 시즈오카현은 일본 최대 차 생산지로 8곳의 주산지가 있다. 녹차 생산량은 전국의 45%를 차지한다. 생산액은 연간 700억 엔을 웃돈다.

시즈오카현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시마다시에 있는 '후지노쿠니 오차노사토 뮤지엄'. 우리말로 후지의 나라 차의 수도 박물관이란 뜻이다.

3층으로 구성된 박물관은 상설·기획전시실에서 차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세계의 차'를 주제로 각국의 찻잎과 차 우리는 방법, 차 마시는 습관과 문화까지 시연과 다양한 자료, 영상으로 알 수 있다.

'일본의 차, 시즈오카의 차' 전시실은 일본 차의 특징으로 가득하다. 차 산업과 문화, 역사, 민족, 그리고 효능을 배우는데, 일본 각지에서 재배하는 찻잎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내륙과 달리 시즈오카 차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팬(Fan)도 전시돼 있다. 서리 피해를 방지하려고 설치한 것으로 오랜 기간 연구한 일본 차 재배 기술의 단면이다.

이어 '차와 건강'을 주제로 한 디지털 전시공간은 몸에 이로운 차의 효능을 구체적으로 알려 일본 차 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박물관 내 체험공간은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100엔의 비용으로 20분 동안 직접 시즈오카산 말차를 만들어 가져가는 프로그램으로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필수코스다.

박물관 학예사 미도리(58) 씨는 "말차는 일본의 가정에서는 흔히 마시기 어려운데 교토 같은 지역의 전통 차실에서 마실 수 있다"면서 "말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배우고 직접 가져가는 체험이라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녹차 관광 명소 중 한 곳인 '니혼다이라 녹차회관'은 후지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차 시음과 찻잎 따기 체험이 가능하다. 4월 하순부터 10월까지 할 수 있는 찻잎 따기는 이곳 녹차회관을 비롯해 시즈오카현에 있는 다양한 형태의 다원에서 쉽게 할 수 있다.

시즈오카현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등재된 후 관광객이 50% 이상 증가했다. 이후 관광객 추가 유치를 위해 차를 매개로 한 체험 활동을 늘리는 중이다.

한국인 관광객 정수진(51) 씨는 "시즈오카는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차밭이 있어 인상적인데 무엇보다 체험을 통해서 차를 키우는 일본인의 정성을 느꼈고, 어딜 가도 차를 마실 수 있어 차와 친해질 수 있다"며 "차밭뿐만 아니라 시즈오카 시내에도 '오차플라자'라는 박물관을 갔는데 도시가 온통 초록"이라고 말했다.

▲ 끝없이 펼쳐진 일본 시즈오카 차밭.  /이영호 기자
▲ 끝없이 펼쳐진 일본 시즈오카 차밭. /이영호 기자

◇국내 관광지 보성·제주

전남 보성군의 녹차 관광 1번지는 '대한다원'이다. 사시사철 연간 50만 명이 찾는 보성군의 대표 관광지로 '녹차수도 보성'을 알리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 차 재배를 시작한 것은 1957년으로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내륙에서 가장 큰 규모의 차밭이다.

삼나무 사이로 펼쳐진 숲길을 들어가면 광장을 지나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차밭이 나온다. 드라마와 영화, CF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은 CNN의 2013년 '세계의 놀라운 풍경 31선'에 선정됐다. 전망대가 있는 여기저기에는 차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넘쳐난다.

박성민(47·경기 화성) 씨는 "남도여행을 매년 다니고 있는데 녹차 밭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대한다원을 꼭 찾는다"면서 "보성 하면 이제 대한다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대한다원을 나오면 인근에 '한국차 박물관'이 있다. 시즈오카 차 박물관의 절반 수준의 규모다. 차 문화·역사·생활실로 꾸며져 있는데 주로 차의 이해를 비롯해 기본 현황과 보성 차의 재배환경·품질관리를 홍보하고, 차 역사를 알 수 있는 공간과 다례교육실이 있다.

보성군도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한국차박물관을 포함한 21곳에서 차(음식) 만들기 체험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보성군은 봇재 주변을 녹차 특화산업단지로 키우려고 차밭 경관을 볼 수 있는 명량다원을 5월에 인수했다. 올해 말에는 보성 차의 모든 것을 담은 복합문화공간 티볼센터를 개관할 계획이다. 봇재와 한국차박물관, 티볼센터는 차 문화를 즐기고, 명량다원은 레저문화를 체험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7월 말에는 제1회 중국 국제 차 박람회에 일조시의 초청을 받아 보성 홍보관을 운영했다.

양백승 보성군 차원예유통과 홍보판촉계장은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7회 보성 세계 차 박람회에 중국 일조시를 초청해 양 도시의 녹차와 관광 협력관계를 공고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은 여름철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인기 피서지 가운데 하나다. 1979년 서성환 아모레퍼시픽그룹 선대회장이 황무지를 개간하면서 만든 차밭 옆에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차 종합 전시관으로 티 상점과 티 클래스, 티 하우스, 야외 테라스로 구성돼 있다. 특히 전문가가 직접 차를 덖는 과정을 시연하고, 티 클래스에서는 차의 갖가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관광객에 인기가 많은 티 하우스에서는 차와 함께 녹차를 이용한 베이커리와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2001년 문을 연 후 매년 방문객이 급증하고, 중국인들이 제주에서 들르는 필수 코스가 됐다. 주말은 하루 방문객이 7000명을 넘는다. 매출액은 5000만 원.

박물관 옆 차밭(서광다원)은 포토존과 산책로,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관광객 김혜인(23·대구시) 씨는 "오설록을 다녀온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고 왔는데 바다만 생각하는 제주 관광에서 녹차를 알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 입구. /이영호 기자
▲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 입구. /이영호 기자

◇야생차엑스포 유치 총력

경남 하동군은 보성·제주보다 녹차관광산업은 약한 편이다. 화개면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차가 재배된 시배지고, '천년차나무'도 보존돼 있다. 매년 5월에는 글로벌 산업축제를 지향하며 하동녹차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하동야생차문화축제'를 열고, 국내외 유명 인사를 초청한다.

하지만, 하동 녹차관광의 단점은 차밭이 잘 보이지 않는 것. 다른 지역보다 평지 다원이 드물고 산비탈에 차밭이 있다. 전통 제조법을 체험할 수 있는 화개면 차문화센터는 봄철에만 관광객이 찾는 한계가 있다.

김태종 하동군차생산자협의회 회장은 "하동은 자연 그대로의 산악지 다원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서 관광 인프라가 안 돼 있다"며 "가족 단위 녹차 음식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과 다원에서 머무는 숙박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차 농가 소득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려고 하동군은 2022년 하동야생차문화엑스포 유치에 적극적이다.

하동 전통 차 농업이 2017년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게 호재다. 녹차와 관련해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된 곳은 중국 2곳, 일본 1곳, 우리나라에서는 하동이 유일하다.

최진명 하동군 녹차산업담당은 "차밭이 잘 안 보인다고 해서 차밭을 연결하는 둘레길 같은 천년다향길과 곳곳에서 차 마시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며 "특히 화개에 '차 있는 거리'를 조성하고, 하동을 대표할 수 있는 대규모 차밭을 가꿔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하동군은 7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녹차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웰니스 케어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군은 무엇보다 하동야생차의 세계화를 위해 오는 2022년 5월 엑스포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30일간 열 예정인 엑스포는 외국인 관광객 5만 명을 포함해 총 100만 명 이상 방문을 목표로 한다.

군은 10월 말까지 기본계획 용역을 마무리하고 내년 10월 이전에 기획재정부 국제행사심사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김종철 하동녹차연구소장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하동뿐만 아니라 보성, 사천, 나아가 차 문화가 발달한 진주, 김해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며 "특히 차 산업 성장의 비전을 보여주고, 관람객에게 감동을 주는 콘텐츠와 프로그램 마련이 과제"라고 밝혔다.

▲ 관광객들이 시즈오카 차 박물관에서 직접 말차를 만들어 가져가는 체험을 하고 있다.  /이영호 기자
▲ 관광객들이 시즈오카 차 박물관에서 직접 말차를 만들어 가져가는 체험을 하고 있다. /이영호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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