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환경 시대 소비 추세 변화에
생산자 쓰레기 처리 고민 늘어
LG전자 포장재 줄이기 노력
스프라이트, 무색 페트병 변경

예전 기업이 '소비자 편의'에 초점을 맞춰 운영했다면, 최근 기업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제조·유통·사용·폐기 등 전 과정에서 '환경'을 같이 고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필환경 시대, 일상에서 환경은 '챙기면 더 좋은'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챙겨야만 하는' 필수 사항이 돼버렸으니까요.

기업이 소비자 추세를 쫓아가기도 하지만, 대체재가 없는 소비자는 기업이 제시하는 방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이 조성한 '싸고 편리한' 환경을 떨쳐 내기가 어렵습니다. 재활용·재사용 가능한 원료를 1차적으로 소비하는 기업이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습니다.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한국 기업은 이제 변화의 시작에 서 있습니다. 환경보호, 공유자원 등에 대한 책임감을 인식하고 사회적 책임 활동을 강화하는 기업이 하나둘씩 늘고 있는 건 참 다행입니다.

 

국제 환경보호 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 4월 일반 시민 1010명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와 해결책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해결을 위해 먼저 진행되어야 하는 해결책 1순위' 물음에 10명 중 6명(60.3%)이 "소비량 줄이기"라고 답했다. 이어 재활용률 높이기(14.3%), 재사용률 높이기 13% 순으로 답했다.

'기업의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정부의 규제 동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10명 중 9명(92.3%)이 "동의한다"고 답했다.

미세먼지, 이상 기후 등 환경 문제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현대인들은 사회적 책임을 기업에 묻고, 소비로 답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2015년 기준 132kg, 시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원료 소비량이 세계 3위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는 것은 환경 문제에 뒷짐을 진 기업의 또 다른 명함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소비재 생산 기업에 어느 정도 자원 순환 부담을 주고 있다. 자원재활용법에 근거해 제품이나 포장재 폐기물에 생산자가 일정부분 재활용 의무를 지도록 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그것이다. 하지만, 생산자가 수거부터 재활용 모든 과정을 직접 책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비자·지자체·생산자·정부가 일정부분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로, 제품의 설계, 포장재의 선택 등에서 결정권이 가장 큰 생산자가 재활용 체계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재활용의무대상 품목은 4개 포장재군(종이팩·금속캔·유리병·합성수지포장재), 7개 제품군(윤활유·전지류·타이어·형광등·양식용 부자·곤포 사일리지용 필름·김발장)이다.

매년 초 환경부 고시에 따라 기업은 정해진 의무율만큼 재활용해야 한다. 2019년 의무율은 알루미늄캔 79.7%, 유리병 72%, 페트병 80.1% 등이다. 재활용 의무량을 달성하지 못한 생산자·공제조합은 재활용부과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제도가 촘촘하지 못하고 범위가 좁은 데다 제대로 재활용이 되고 있는지는 기업의 책임에서 벗어난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EPR 강화를 통해 기업에 재활용 고민을 강제하려는 움직임은 그나마 다행이다. 환경부는 기업의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을 따져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등의 4개 기준으로 등급화한다. 평가 등급을 기준으로 생산자가 내는 EPR 분담금을 차등화한다. 또 재활용이 어려운 폴리염화비닐(PVC)을 포장재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PVC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로, 염화비닐의 함유율이 50% 이상인 합성수지로 식품용 랩, 햄·소시지 필름, 용기 등에 활용된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생산되는 포장재가 재활용이 잘 되는 재질·구조로 개선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 LG전자는 2012년부터 '친환경 포장 설계 지침'을 마련해 적용해 왔다. 사진은 모서리와 지지대로만 가전제품을 포장한 개방형 포장 기법.  /이혜영 기자
▲ LG전자는 2012년부터 '친환경 포장 설계 지침'을 마련해 적용해 왔다. 사진은 모서리와 지지대로만 가전제품을 포장한 개방형 포장 기법. /이혜영 기자

소비자 환경 의식 향상과 요구에 맞춰 선제적으로 쓰레기 처리를 고민하는 기업도 있다.

LG전자는 2012년부터 '친환경 포장 설계 지침'을 마련해 적용해 왔다. LG전자 가전의 포장재 특징은 '다시 쓰기'와 '줄이기'로 요약된다. LG전자는 제품 전체를 감싸는 상자 포장 기법을 모서리와 (지지)대로만 포장하는 개방형으로 바꿨다.

LG전자 창원공장 에어컨사업부 포장담당 연구원은 "전자 제품 포장 목적은 제품 보호 하나다. 보이기식 과한 포장을 줄이려 지속적으로 노력했고, 개방형 포장으로 스티로폼과 상자 사용량을 30% 이상 줄였다. 가전마다 차이는 있지만 목표에 맞춰 포장재를 줄이고 있고, 거둬 온 포장재는 재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색 경영의 세계화로 생분해비닐 포장을 요구하는 곳이 늘고 있다. LG전자는 산화생분해비닐과 옥수수전분으로 만든 비닐을 개발해 이에 대응하고 있다.

LG전자 창원공장 관계자는 "생분해성 비닐이 일반 비닐보다 단가가 비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카메룬 등 요구하는 나라에만 사용하고 있지만,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여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전 포장에서 스티로폼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스티로폼 대신 골판지 조립식도 검토했지만 낙하했을 때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제품 보호에 적합하지 않아 대체 재질을 찾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녹색구매네트워크가 선정하는 녹색 상품에 10년 연속 선정돼 올해 '10주년 기념 특별상'을 받았다.

▲ 지난 6월 14일 3차 시민참여단과 '개방형 포장'으로 포장재를 줄인 현장을 이해하고자 LG전자 창원공장을 찾았다.  /LG전자
▲ 지난 6월 14일 3차 시민참여단과 '개방형 포장'으로 포장재를 줄인 현장을 이해하고자 LG전자 창원공장을 찾았다. /LG전자

이 외에도 '초록색 페트병'으로 유명한 스프라이트는 500ml ·1.5L 페트 제품은 무색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다. 코카콜라사는 기존 사이다의 초록색 페트병이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인 점을 고려해, 재활용 용이성을 높이고자 단일재질의 무색 페트병으로 모든 상품을 교체하고 있다.

패션업계도 자원 순환이 화두다. 블랙야크가 인수한 '나우(nau)'는 패션의 지속 가능성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브랜드다. 나우 업체는 다운 제품은 수명이 다한 이불에서 채취하고, 폴리에스터는 페트병을 거둬들여 생산하는 등 다양한 리사이클 원단을 사용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래코드(RE;CODE)는 코오롱 계열사에서 버려지는 산업용 자재를 활용해 새 제품을 만든다. 잘 쓰고 잘 담자. 쓰담쓰담.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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