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서원상 샹그릴라전
내달 30일까지 갤러리 거제서
색소에 달걀을 섞는 템페라 기법
화려함 속 고요한 느낌 자아내

'화려한 색감에 펼쳐진 고요함.'

거제시 거제면 동상리에 있는 갤러리 거제 방명록에 적힌 어느 관객의 감상평이다. 지난 13일부터 열리는 서양화가 서원상의 '내 마음속 풍경-샹그릴라'전을 잘 표현했다. 실제로 작품들은 마치 수채화처럼 아련한 느낌이지만 무언가 더 강하고 깊다.

템페라(Tempera) 기법으로 그린 것들이라고 한다. 주로 중세시대에 사용하던 방법이다. 르네상스 시대 유화 물감이 등장하기 전까지 중세 화가들은 천연색소에 달걀 노른자를 섞어 물감으로 썼다. 천연 재료만으로는 끈끈함이 부족해 달걀 노른자로 이를 보완한 것이다.

템페라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물감이 빨리 마르고 금방 단단해지기에 원하는 색과 질감을 표현하려고 덧칠을 하려면 가느다란 선을 여러 번 그으면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꼼꼼하게 집중해서 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작품(500호)인 'A Landscape in Mind - 1996년 21개의 꿈'은 완성하는 데 2년이 걸렸다. 보통 100호(162 × 130㎝)짜리 작업이라면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한다.

▲ 템페라 기법으로 완성하는 데 2년이 걸렸고, 10년이 지나면서 더욱 묘한 느낌이 강해지는 서원상 작가의 500호짜리 작품. /이서후 기자
▲ 템페라 기법으로 완성하는 데 2년이 걸렸고, 10년이 지나면서 더욱 묘한 느낌이 강해지는 서원상 작가의 500호짜리 작품. /이서후 기자

템페라 그림의 또 다른 매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 칠한 색깔이 서서히 드러나는 데 있다.

앞서 이야기한 '21개의 꿈' 작품은 완성한 지 10년이 흘렀는데, 아련한 느낌으로 초원 풍경을 표현하며 밑색으로 칠했던 보라색이 서서히 드러나 무척 묘한 느낌을 준다. 이 묘한 느낌에 이끌려 이틀 연속 전시장을 찾은 관객도 있다고 한다.

서원상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치 누군가의 꿈을 엿보는 듯한 기분이다. 특히 최근 작업들은 그런 게 더한데, 방명록에서 관객이 표현한 '화려한 색감 속 고요함'이란 이 최근 작업들에 대한 느낌이겠다.

▲ 강렬하면서도 고요한 느낌인 서원상 작가의 최근 작품. /이서후 기자
▲ 강렬하면서도 고요한 느낌인 서원상 작가의 최근 작품. /이서후 기자

청록을 중심 색으로 하되 붉은색을 포인트로 쓰고 보라색을 경계에 배치하면서 강렬한 보색 이미지가 완성됐다. 하지만, 템페라 기법의 깊이 있는 색감이 강렬함에 편안함을 더했다. 뭔가 비현실적이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다. 그야말로 어느 달콤한 꿈의 느낌이라고 하겠다.

아마도 비교를 위해서였는지, 몇몇 유화 작품도 있다. 그런데 유화 작품이라도 마치 옅은 수채화 같은 부드러움을 품고 있다.

그러고 보니 서원상은 애초에 표현력이 좋은 작가다. 댓잎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을 표현한 그의 작품이 어느 대기업 에어컨 광고 이미지에 쓰인 게 좋은 예다.

▲ 템페라 기법으로 물체를 사실감 있게 표현한 서원상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 템페라 기법으로 물체를 사실감 있게 표현한 서원상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작품 곳곳에 배치된 작가만의 상징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예컨대 작품에서 상자는 꿈을 뜻한다.

이 외에 흰 천이 덮인 의자나 특정한 꽃, 인물이 바라보는 방향 등 그림에 등장하는 대부분이 어떤 상징이다. 이는 직접 그림을 보면서 생각해보면 재밌겠다.

갤러리 거제에서는 '공공공 프로젝트'라고 전시 관련 체험 행사도 운영한다. 구체적으로 오는 30일과 31일 서원상 작가가 직접 달걀 노른자를 섞은 물감을 활용한 그림 그리기를 지도할 예정이다. 신청은 갤러리 거제 누리집(www.gallerygeoje.co.kr)에서 할 수 있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문의 055-634-12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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