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 다습한 여름철 지나 
침대·신발장 등 곳곳 번식 
공기 통한 세균 감염보다
음식·손 비위생 관리 문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게 막바지 여름철인 듯하면서도 툭하면 내렸던 비 때문인지 낮엔 습한 기운이 온 집안에 밴 느낌이다. 게을러서 그런 탓도 있지만, 맞벌이 가정이라 바쁜 탓에 여름 내내 침대보를 빨아 내걸 기회를 잡지 못했던 점도 있겠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이 침대보에 세균이나 곰팡이가 얼마나 살고 있을까였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없진 않을 것이다. 호기심은 엉뚱한 상상마저 건드렸다. '이걸 국과수에 맡겨봐?'

건강과 직결된 생활 속 세균과 곰팡이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볼 만한 전문가는 누구일까 수소문하던 끝에 한국건강관리협회 박철 부원장을 소개받았다. 박 부원장은 흉부외과 전문의다. 하지만 건강관리협회에서 건강검진 업무를 오래 하다 보니 자연히 생활 속 건강에 관해 많은 상담을 하게 되었단다.

▲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박철 부원장. /건강관리협회<br /><br />
▲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박철 부원장. /건강관리협회
 

◇세균·곰팡이 너 어디 숨었니?

여름철 지나면서 집안에 세균이나 곰팡이가 자랄 만한 곳은 어디일까. 먼저 생각나는 대로 쭉 나열해봤다. 침대보, 베개, 화장실, 냉장고, 신발장, 옷장, 소파, 벽지, 밥솥, 세탁기… 또, 우리 몸과 반려동물. 이 정도만 후보에 올려 돋보기 들고 들여다보면 어지간한 것들 발본색원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철 곰팡이와 세균은 습도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70% 넘으면 곰팡이가 잘 서식하는 환경이 조성되지요. 물놀이 갔을 때 감염성 피부염이 많이 생기는 이유도 그런 거예요. 특히 여름철엔 음식에 의한 식중독이 많이 생기는 이유도 습도 때문에 세균이 빨리 증식하기 때문입니다. 집안 어디에 세균과 곰팡이가 증식하고 있을까 추적한다면 어디가 습한 곳일까를 찾아보면 딱 맞아떨어집니다."

습한 곳이라. 딱 떠오르는 곳은 주방과 신발장 말고는 없다. 사실 신발장이 습하다 생각하진 않지만, 문을 열 때마다 나는 반갑지 않은 냄새 때문에 그럴 가능성을 추리해 본 것이다.

"맞습니다. 발은 땀 때문에 늘 습한 상태에 있으니 곰팡이의 좋은 서식지이지요. 신발을 볕에 말리지 않은 상태에서 신발장에 넣어두면 곰팡이의 온상이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신발장이 환기도 안 되면 두말할 것도 없지요. 옷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었던 옷은 땀 때문에 습기가 차기 마련인데 그대로 옷장에 보관했을 때 역시 공기도 잘 통하지 않은 곳이라 곰팡이가 쉽게 증식하지요."

불현듯 오래전 할머니께서 옷장 서랍에 옷과 함께 넣어두었던 나프탈렌이 떠올랐다. 요즘에야 이게 건강을 해친다 해서 잘 사용하진 않지만, 당시 왜 이게 옷들과 동반자였나 이해하게 됐다. 신발뿐만 아니라 옷도 햇볕에 말려서 보관하는 게 핵심이겠다.

◇그게 초파리라고요?

음식쓰레기를 매일 버리진 않는다. 작은 비닐봉지 반 정도는 채워야 아파트 앞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릴 핑계가 된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 번씩 주방 창틀에 놓인 음식쓰레기 봉지에서 작은 하루살이가 윙윙거리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저것들이 대체 어디서 온 거야?

"그게 초파리입니다. 어디서 날아온 게 아니고요, 거의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게 맞고요, 음식물에 묻어있던 초파리 알에서 부화해 생긴 것입니다. 이것들 번식 증식력이 굉장히 빠릅니다. 알이 부화하는 데 2~3일밖에 걸리지 않아요. 그래서 음식쓰레기를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집안에 초파리로 우글거리게 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초파리 모습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눈앞에 날아다닐 때 손뼉으로 짝짝 잡으려해도 놓치기 일쑤였던 이놈이 이렇게 징그러운 녀석이었을 줄이야. 아, 이런 녀석의 알을 과일이나 채소를 먹을 때마다 맛있게(?) 섭취하고 있었단 말인가. (ㅠㅠ)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우리 손은 어떤가요? 과일 채소보다 훨씬 많은 세균 덩어리입니다. 그런데도 아무 경계심 없이 과자를 집어 먹기도 하고 온갖 비위생 행위를 하고 있지요. 우리 몸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음식물과 함께 그런 것들이 입으로 들어가도 위액이라든지 소화 과정에서 나오는 효소들에 의해 녹아버립니다."

◇곰팡이? 세균? 어떻게 다르지?

어느 날 늘 사용하는 칫솔인데 손잡이 부분에 까만 때가 끼었다. 버리지 않고 두었던 다 쓴 칫솔로 세제를 묻혀 쓱쓱 문질렀더니 진다. 이게 뭐지?

"세면대 줄눈에 새까맣게 끼어있는 것도 곰팡이입니다. 온도와 습도가 적당하게 되니까 급작스레 번식한 겁니다. 검은 곰팡이라고 다 같은 건 또 아니에요. 곰팡이든 세균이든 그 종류는 수백 수천 가지가 있어요. 미생물이라 하면 의학적으로 세 종류가 있습니다. 독감을 일으키는 진균, 폐렴이라든지 피부감염을 일으키는 세균, 그리고 곰팡이로 인해 발병하게 됩니다. 균 종류에 따라 치료방법도 달라지지요."

곰팡이는 공기 중에 포자를 날려 인체에 감염시키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순간 주방 창틀에 놓인 음식쓰레기 봉지가 떠올랐다. 창문을 늘 열어놓는데 이것들이 바람을 타고 우리 애들 몸속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가 잘 되어 있으면 염려할 것 없습니다. 막힌 공간에서 곰팡이 포자가 몸속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지요. 바람이 통한다는 것은 포자의 공기 중 비율을 떨어뜨리니까요."

세균 이야기를 하다가 에어컨 레지오넬라균 이야기가 나왔다. 이놈은 저온에서도 강력히 번식하므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오래된 에어컨일수록 균이 많이 번식할 가능성이 크므로 필터 등을 자주 청소해야 한다고

◇추석 음식을 경계하라

물어볼 만한 것 거의 챙겼다 싶어 정리하려는데 추석 음식을 경계하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추석엔 음식을 많이 하는 데다 냉장고마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상황. 서늘한 곳에 둔다고 둬도 이틀 지나면 쉰내부터 나기 시작한다. 아깝다고 먹으면? 그래서 추석 지나 병원 찾는 환자가 많다고. 추석 명절에 만드는 음식량을 줄이는 것도 건강을 위한 지혜.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갑자기 궁금한 게 떠올랐다. 건강검진을 주로 하는 곳이니 언제쯤 검진을 받으면 좋을까 하고 물었다.

"아무래도 연말에 많이 집중되긴 하지만 요즘은 연중 골고루 검진받으러 옵니다. 아직 안 받으셨으면 9월이나 10월에 받으시죠."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물끄러미 책상 위 머그잔을 내려다본다. 저걸 언제 씻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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