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예고…아라가야 왕궁 중심 토성

문화재청이 26일 '함안 가야리 유적'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 앞으로 30일간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적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함안군 가야읍 가야리 289번지 일대 신음천과 광정천이 만나는 지점을 중심으로 192필지(19만 3252㎡) 규모인 이 유적은 최근 조사 결과 아라가야 왕궁이 있던 중심 토성으로 밝혀졌다.

이곳은 오랫동안 아라가야 중심지로 추정만 해오던 곳이다. 1587년(선조 20) 함안(함주)군수 정구가 편찬한 <함주지(咸州誌)>와 17세기의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 같은 문헌과 일제강점기의 고적조사보고 같은 문헌을 통해서다.

주변에 '남문외고분군(경상남도 기념물 제226호)', '선왕고분군', '필동고분군' 같은 고분군이 있고, 동쪽으로 '당산유적', 남쪽으로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이 있어 그 가능성은 충분했다.

2013년 5차례의 지표조사를 통해 대략적인 유적의 범위를 확인했는데, 지난해 4월에 함안군 학예사들이 토성벽의 일부를 확인하면서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본격적인 시굴과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 함안 가야리 유적 전경. /문화재청
▲ 함안 가야리 유적 전경. /문화재청

그 결과 비슷한 성격인 김해 봉황동 유적(사적 제2호), 합천 성산토성(경상남도 기념물 제293호)과 비교할 때 상태가 아주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적인 구조는 해발 45~54m의 구릉에 경사면을 활용해 토성(土城)을 짓고 그 안에 고상건물(땅에 나무를 박고 그 위에 지은 건물)과 망루가 서 있는 방식이다. 고상건물이나 망루는 김해 봉황동 유적지에 복원한 것이 있으니 참고하자.

발굴된 것을 구체적으로 보면 대규모 토목공사로 만든 토성과 목책(울타리) 시설이 있었고, 대규모 고상건물 등 건물 흔적 14동을 확인했다. 또, 쇠화살촉과 작은 칼, 쇠도끼, 비늘갑옷 같은 무기류가 나와 이곳이 군사적 성격을 띤 대규모 토성임을 말해준다. 문화재청은 가야리 유적의 시기를 아라가야 전성기인 5세기에서 6세기로 보고 있다.

특히 가야문화권에서 처음으로 판축토성(板築土城) 구조물들이 온전한 상태로 확인된 것은 큰 성과다. 판축토성은 흙을 떡시루처럼 얇은 판 모양으로 켜켜이 다져서 성을 쌓은 것이다. 아라가야의 우수한 축성기술을 보여주는 유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이런 사례가 거의 없어 문화재청도 아주 중요한 자료로 평가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함안 가야리 유적 발굴과 연구를 계속해 금관가야, 대가야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고구려, 백제, 신라, 고대 일본과 활발히 교류했던 아라가야의 실체와 위상을 재조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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