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극단 창단 두고 의견 나눠
민간 작업체계 붕괴 우려 지적
경남만의 독창적 운영 주문도

"도립극단과 지역 연극인이 상생할 수 있는 경남만의 새로운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

지난 24일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도파니아트홀에서 제9회 2차 경남연극인대회가 열렸다. 40여 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연극인들은 도립극단 창단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도립극단 창단이 경남 연극생태계에 위화감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조직되고 운영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

이훈호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장과 이정유 사무처장이 도립극단 추진 경과를 설명하고 통영 극단 벅수골 박승규 씨가 1·2차 자문회의서 나온 이야기를 전달했다. 경남도는 9월 추경에서 예산을 확보하고 조례·규칙이 제정되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도립극단을 창단할 방침이다. 예술감독 등을 제외하고 단원(배우)은 공연할 때마다 오디션으로 뽑는 비상시적 형태로 운영된다.

박 씨는 "도립극단 설립이 경남 연극생태계를 위태롭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도립극단 프로젝트가 연 2회 정도 시행된다면 여기에 참여하는 연극인들은 짧게는 4개월 길게는 6개월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인적 자원이 부족한 민간극단은 배우가 단 한 명이라도 빠져나간다면 여태껏 훈련되고 체계화되어온 민간극단 체계가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 지난 24일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도파니아트홀에서 제9회 2차 경남연극인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에서는 경남도립극단 창단을 두고  지향점과 운영방향 관련 토론이 이뤄졌다. /김민지 기자
▲ 지난 24일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도파니아트홀에서 제9회 2차 경남연극인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에서는 경남도립극단 창단을 두고 지향점과 운영방향 관련 토론이 이뤄졌다. /김민지 기자

경남도가 벤치마킹하는 곳 중 하나인 강원도립극단은 2014년 창단 초창기 단원 70~80%를 지역 연극인으로 구성했지만 2018년 이후 뮤지컬을 제외한 연극의 경우 61%로 참여율이 다소 줄어든 상태다.

박 씨는 도지사의 도립예술단 창립 취지가 '지역문화예술 생태계 활성화'인 만큼 경남 연극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는 '독창적인 구조와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방안으로 도립극단 상반기 프로젝트는 예술감독과 운영진이 진행하는 작품창작 중심으로, 후반기 프로젝트는 기존 민간극단을 선정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식을 제안했다.

고능석 진주 극단 현장 대표는 그간 민간극단을 도립극단으로 제정하자고 제안해왔다.

고 대표는 "우리나라 시·도립극단 중 단 한군데도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제가 생각하는 방식은 좀 더 전향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국립극단은 민간극단 중 예술적 성과가 있는 단체를 선정한다. 그래서 제안하는 방식은 도내 민간극단 중 세팀 정도 선정해 도립극단 역할을 하는 거다"며 "(공정성을 위해)비상근 형태로 보수를 받고 책임지는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공모 방식으로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삼우 거제 극단 예도 연출가는 고 대표의 말에 덧붙여 의견을 제시했다. 이 연출가는 "기존 국공립극단의 운영형태로 간다면 경남연극인은 죽을 수밖에 없다. 생태계가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립극단이 한팀이 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민간극단 3팀 정도를 거점 극단으로 만들자"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좌석에 앉아 있는 연극인들도 도립극단 창단이 되레 경남 연극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의 눈초리를 보냈다. 무엇보다도 도립극단 창단의 첫 단추를 잘 끼우려면 행정과 연극계가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눠야한다고 했다. 이어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특정 극단에 소속되지 않은 배우 정주연 씨는 "도립극단이 경남연극협회나 특정 극단 소속이 아닌 사람들도 무대에 설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상아 극단 벅수골 기획자는 "예술감독이나 운영위원을 선정할 때 경남 연극계를 잘 아는 사람들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석 극단 현장 배우는 "다른 지역 공립극단과 똑같이 만들면 똑같은 현상이 생길 것 같다"며 "우리 경남의 색깔이 담긴 도립극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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