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유료아이템, 노력 무색하게 해
대학입시도 돈·권력 개입돼 공정 붕괴

게임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룰'과 '밸런스'이다. 간단한 게임은 룰과 밸런스가 동시에 정해진다. 예를 들어, 전 세계 남녀노소 막론하고 쉽게 하는 게임 '가위바위보' 게임은 승패의 룰이 곧 밸런스이다. 가위, 바위, 보 중 무엇 하나가 특별히 유리하거나 불리한 것 없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게임의 룰이 복잡해지면 밸런스를 잡기 위해 꽤 정교하고 집요한 작업이 필요하다. 밸런스 작업에 실수를 하면 모든 방패를 뚫는 창과 모든 창을 막아내는 방패와 같은 '모순'의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그러면 게임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게 될 수도 있다.

레벨이 수십 단계이고, 아이템도 수백·수천 개의 복잡함 속에서 밸런스를 잡는 일은 매우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게임의 룰과 밸런스는 흥행에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무조건 게임 콘텐츠가 화려하고 거창해야지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롤'이나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있다면, 모바일로 '화투' '애니팡'과 같은 퍼즐 게임, 심지어 컴퓨터 윈도에 깔려 있는 '솔리테어'를 즐기는 유저도 있다. 게임 콘텐츠는 개인 취향과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선택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룰과 밸런스가 형편없는 게임은 유저 선택을 받기 힘들다. 유리한 것과 불리한 것이 뻔히 보인다면 모두 유리한 쪽을 택할 것이고, 그런 모두의 선택이 모순적 상황에 빠지게 할 것이다. 간혹 너무 룰과 밸런스가 딱 맞게 되면 상황이 예측돼 지루해질 수 있다. 그런 걸 보완하기 위해 '확률 시스템'을 도입한다. 확률 시스템을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적당한 긴장감을 줄 수 있다.

밸런스를 대놓고 어긋나게 만든 게임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임이 '부분 유료화'다. 게임을 하기 위해 돈을 내고 사는 것이 있고, 사용한 시간에 따라 돈을 지불하는 것이 있다. 그리고, 무료 게임이 있다. 게임을 다운로드받는 데 돈을 내지 않는다. 다만 유료 아이템들을 만들어 둔다. 이런 유료 아이템들은 대부분 밸런스를 어긋나게 하는 것들이다. 누가 보더라도 유리하게 만드는 아이템인데, 그 아이템을 얻으려면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완전 유료화' 게임에서는 밸런스를 정교하게 맞추고, 게임 자체를 즐길 수 있게 한다. 그런 게임에서는 모두가 게임을 즐기기 위해 똑같이 돈을 지불하고 밸런스가 맞춰진 상황에서 개인 노력·능력에 따라 성장한다.

하지만 '부분 유료화' 게임에서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노력을 해도 소위 '현질 앞에서는 장사가 없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밸런스가 붕괴되면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지만, '부분 유료화' 게임들이 성행하는 이유는 '경쟁심'이다.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게임 따위에 뭐 그렇게 많은 돈을 써가며 경쟁을 할까' 싶지만 우리나라 '게임 풍토'에서는 아주 잘 '먹힌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대학 입학 특혜 의혹이 연일 화제다. 아직 청문회도 진행되지 않아 무엇이 사실인지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학 입시를 공정한 룰과 밸런스가 잡힌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돈과 권력을 쥔 사람들이 온갖 편법과 불법으로 시험의, 게임의 밸런스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방아쇠도 '정유라 대학 입시 비리'였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 말한 것처럼, 우리 사회가 룰과 밸런스가 맞춰진 게임처럼 되길 바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