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현, 도립미술관 야외 전시
구조물 빛·바람따라 변화무쌍
관람객 자유롭게 만지고 즐겨

경남도립미술관 입구에 재미난 놀이터가 생겼다. 지난 13일 설치된 'Ripple; 물결'이란 제목의 구조물이다.

제목 그대로 물결 모양으로 생긴 거대한 뼈대에 지름 60㎜, 길이 50㎝ 아크릴 튜브 4000여 개가 촘촘하게 매달려 있다. 뼈대는 너비가 17.8m, 최고 높이가 3.8m에 이른다.

아크릴 튜브는 빛의 방향에 따라 색깔이 변한다. 바람이라도 불면 수많은 아크릴 튜브가 잔물결을 일으키며 흔들린다.

이런 걸 왜 만들었느냐고? 이 작품은 애초에 사람들이 구조물 안팎에서 구경하고 만지고 재밌게 놀 수 있도록 구상됐다. 옛날 사람들이 마을 공터에서 놀이를 즐겼듯이 미술관 앞을 그런 마당으로 활용하려는 취지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담은 경남도립미술관 야외 프로젝트 이름도 '마당:놀_이'다.

작품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장수현(39) 건축가가 만들었다.

"보통 아이들에게 미술 작품을 못 만지게 하는 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이 작품은 적극적으로 그러려고 만들었어요.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어른까지 모두 만질 수 있게 작품의 높이를 물결 모양으로 설계했죠."

▲ 경남도립미술관 앞에 설치된 'Ripple; 물결'이란 제목의 구조물, 장수현 건축가 작품 속을 관람객들이 통과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 경남도립미술관 앞에 설치된 'Ripple; 물결'이란 제목의 구조물, 장수현 건축가 작품 속을 관람객들이 통과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꼭 만지지 않아도 구조물 자체가 이미 훌륭한 구경거리다. 빛에 따라 다양한 느낌이 나는 아크릴 튜브 덕분이다.

튜브를 감싼 필름이 프리즘처럼 빛의 각도에 따라 색깔을 다르게 해준다. 다시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직사광선이 수직으로 비칠 때 색깔이 가장 강해요. 아래 조명을 설치해, 밤에도 보면 예쁘고요. 특히 셀카 찍을 때 카메라를 아래에 두고 위로 찍으면 잘 나와요. 제일 좋을 때는 해질 때예요. 석양이 비칠 때 보면 제가 만든 작품이지만 참 멋지더라고요."

건축 작업을 하던 그에게 이런 식의 구조물을 만드는 게 처음이다. 영국에서는 제법 활동이 많은 건축가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영역 구분이 매우 엄격해서 이런 식으로 건축가가 미술의 영역까지 진출하는 걸 굉장히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장수현 건축가에게 북미나 유럽 분위기를 물었더니 요즘에는 바운더리(경계)가 없고, 건축과 미술을 같이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의 말로는 요즘 한국도 많이 바뀌는 추세라고 한다.

"결국은 어떤 영역이든 자기만의 것을 추구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사실 경계이니 개념이니 하는 어려운 것은 몰라도 상관없다. 어쨌거나 재밌지 않은가. 경남도립미술관 앞에서 영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가 만든 희한한 구조물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전시는 오는 12월 4일까지. 문의 055-254-4632.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