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전쟁이 평화라는 것은 환상일 뿐
탐욕 갈아엎고 약자 끌어안는 연습을

남과 북의 상황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지난 8·15에는 뭔가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난데없이 일본 아베가 무역보복과 백색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한미군사훈련을 빌미로 연일 미사일을 쏴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여전히 군사방위분담금 증액과 함께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압박하는 것을 보면 깡패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고사하고 미국과 일본도 우군이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북한도 자기 코가 석 자인데 우리 편이 될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내부적으로 똘똘 뭉쳤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각기 갈기갈기 찢어져서 서로를 해하려고만 하는데 누구를 믿어야 합니까? 서글프지만 홀로 서야 하고, 홀로 서려면 내공으로 외압을 이겨내야 하는데 그 힘이 어떤 것이며, 어디에서 오는 것입니까?

이 세상의 맨 처음은 평화였습니다. 하나님도, 사람도 평화였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평화였습니다. 평화가 힘이고, 생명이고, 기쁨이고,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서로가 얽히고설키면서 이 모든 것들이 깨어져버렸고, 모두가 제 살길만 찾다보니 이것이 오히려 죽음의 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죽음을 통해서 평화의 길을 열어주신 분이 예수님이신데 예수님의 십자가는 내 죽음이 곧 평화라는 것을 보여 주신 것입니다(엡2:14). 그리고 이 평화는 나 죽임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기 때문에 나 죽임의 훈련 없이는 어떤 평화도 온전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들은 오랫동안 민방위 훈련을 해 왔었고, 지금도 수많은 돈을 들여가며 연합적이고 대대적인 전쟁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쟁연습을 해야만 평화가 오는 것입니까? 힘으로 깨고, 부수고, 일그러트리고, 지금은 조각조차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산산조각이 난 평화를 또다시 전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누구의 논리입니까? 그리고 이것을 용인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힘이 평화라는 것은 거짓이고, 전쟁이 평화라는 것은 환상입니다. 전쟁은 야단스럽고 요란하고 화려할지 몰라도, 평화는 조용하고 고요하고 촌스러운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평화는 나의 평화와 하나이고, 나의 문제이고, 그리고 나와의 전쟁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핵이 아니라 탐욕으로 꿈틀거리는 마음의 밭을 갈아엎고, 약자를 끌어안고, 상처를 싸매고, 빈 가슴에 희망을 채워주는 평화의 씨를 심어야 합니다. 이것이 자연스럽지 않고 오히려 잔머리 굴리고 힘 있는 자 편에 굽실거리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지 몰라도, 이것부터 훈련해야 하는 것은 이 훈련 없이는 평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눈물로 평화의 씨를 뿌리다 보면 언젠가는 평화는 물론이고 꿈에도 소원이라는 통일의 열매도 따 먹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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