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에게 농산물 가격은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요소이다. 농산물 가격에 따라 그해 수익이 결정되기 때문에 농민들에게는 그야말로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그러나 그동안 농민들은 농사를 잘 지어도 걱정, 못 지어도 걱정만 할 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없었다. 전국적으로 재배지가 분산되어 있다 보니 계획적인 재배면적 조율이 될 수 없었다. 수급조절을 선도해야 할 정부와 농협·지자체 등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풍년이 원망스러운 일이 해마다 반복되었다.

지난 21일 창녕에서는 농산물 수급·가격 조절을 농민들이 직접 하겠다는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가 그것이다. 올해 대폭락한 마늘 가격이 농민들로 하여금 직접 뭉쳐 나서게 한 것이다. 농민들 기대대로 가격 안정으로 마음 편한 농사를 지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생산자가 직접 가격까지 결정하는 것은 사실 시장가치에 맞지 않다. 그것을 농민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농민들이 스스로 대안 모색을 하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업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여기에다 해마다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불안정은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하고 농촌사회를 붕괴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농민이 키운 마늘 가격이 농민 아닌 시장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자본에 의해 결정됐고, 농정 당국자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자본과 손잡고 마늘 정책을 좌지우지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런 행태가 지속되면 차후 작목마다 생산자협회가 생겨날 것이다. 이미 양파생산자협회가 생기기도 했다.

생산자협회 등장은 그동안의 정부 농정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공급과잉으로 가격폭락 때는 팔짱끼고 있다가 흉년으로 공급이 부족해지면 수입을 늘려서 그 와중에 농민들만 고통으로 내몰았다. 여기에 편승한 대상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활짝 열려야 한다.

마늘생산자협회가 잘되어 농업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의 대전환과 농협·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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