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지을 땅 계약하는 꿈 이룬 날
함께할 친구 느는 상상 실현되길

'집도 빌려 살고/ 밭도 빌려 짓고/ 지난해 폐차한 트럭, 여태 못 사고/ 그래도/ 풀매며 듣는 새소리 좋고/ 더우면 참방참방 계곡물에 발 담그고/ "묵고 가" 떡 내미는 할머니 손 정겹고/ 남 땅에 누워 보나 내 땅에 누워 보나/ 별은 똑같이 빛나고'

내가 쓴 '별은 똑같이 빛나고'라는 시다.

우리 식구는 오랫동안 집을 짓고, 농사지으며 살아갈 삶터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 인연을 만나지 못해 집과 밭을 빌려서 농사지으며 살고 있다.

지지난해 겨울, 좋은 거름을 넣고 산에서 부엽토를 모아 덮으며 부지런히 가꾼 밭을 다시 주인 할머니에게 돌려드려야 했다. 땅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하지만 주인이 농사짓겠다고 돌려달라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땅이 많은데 왜 우리가 마음 놓고 농사지을 땅 한 뙈기 없는 건지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다.

땅을 돌려주던 날 밤에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유난히 별이 많이 떠 있었다. 남의 땅에 누워 보나, 내 땅에 누워 보나 별은 똑같이 빛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나에게 반짝이는 별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그 뒤로 이따금씩 막막한 마음이 찾아오면 마당에 나가 별을 본다. 그러면 옛 사람들이 별을 보고 길을 찾았던 것처럼, 빛나는 별들이 내 길을 가르쳐 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올봄에 한동안 사지 못하고 이 집 저 집 빌려 타던 트럭을 샀다. 트럭이 우리 집에 온 날,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우리 트럭'을 줄여서 '우트씨'라고 이름도 지었다.

그렇게 트럭이 생기더니 며칠 전에 농사지으며 살아갈 땅을 계약하게 되었다. 빌린 돈으로 사는 땅이기는 하지만 이웃들이 애써 준 덕에 좋은 조건으로 마음에 드는 땅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우리와 인연이 될 땅을 찾아다닌 지 7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우리가 땅을 계약한 날, 이웃들이 포도와 과자, 맥주를 들고 축하를 하러 오셨다. 진심으로 함께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땅을 산 것보다 더 기뻤다. 이웃들은 땅을 산 소감을 나눠 보라며 박수를 치셨다.

"저는 요즘 이제 막 우리 땅이 된 그곳에서 상상을 펼쳐요. 어떤 사람들과 어떤 삶을 일구며 살게 될까 하고요. 그곳에서 함께 농사지으며 살아갈 친구들을 만나면 좋겠어요. 농사는 짓고 싶은데 땅이 없거나, 꼭 농사를 짓지 않아도 농촌에 살고 싶은데, 혼자 오기는 막막한 친구들이 어딘가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여럿이 모여 살아가려면 작은 집들도 필요하겠지요? 머릿속에서는 벌써 집을 몇 채나 지었는지 몰라요. 그렇게 자꾸 상상을 해요. 그러면 언젠가 이루어지더라고요."

"하하, 그래. 같이 꿈 한 번 꿔보자!"

우리 식구가 합천을 떠나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함께 꿈을 꾸는 이웃들을 만난 덕분이다. 이분들과 헤어지지 않고 이곳에 정 붙이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참 좋다.

좋은 일이 생겨서인지 밭을 오가는 발걸음에 흥이 난다. 오늘 김장 무를 심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있었다. 나를 감싸고 있는 하얀 구름이 하도 아름다워서 가슴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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