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패권전쟁 시대, 현실방안 마련해야
국가연구개발 전략 근본적인 혁신 절실
일본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등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배제하면서, 나라 전체가 삽시간에 북새통이 되어 버렸다. 한·일간 문제를 포함해 작금의 미국·중국 간 이른바 G2 패권전쟁은 분명 우리에겐 큰 도전이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요, 바람 앞에 놓인 촛불처럼 풍전등화의 어려운 형국이다. 단순히 우리경제에 일시적으로 불어 닥친 성장통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우리가 감내해야 할 고통이 크고 상처가 깊다.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어려운 상황이 결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자국 우선주의' 미명 아래 끝 모를 경쟁의 시발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욱 현실적일 것이다.
지금은 기술패권의 시대다. 원하든 원치않든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철저하게 약육강식 법칙이 지배하는 승자독식의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지구상 어느 나라도 작금의 사조(思潮)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기술경쟁 우위를 통한 배타적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가적 명운을 걸고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기술패권국으로의 배타적 지위 확보를 위한 일본 속내가 다분히 녹아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뼈아픈 일이지만 현실을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직시하고 극복해야 할 당면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언젠가는 경쟁의 막다른 길목에서 마주해야할 문제였지만 미처 손쓸 틈 없이 일찍 맞닥뜨린 현실문제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직면한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단순 구호가 아닌 문제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과 전략을 이번 기회에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핵심소재·부품 등 원천기술 측면에서 일본과의 기술력 차이는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일본이 원천기술에 앞선 것은 수십 년간 한 우물을 팔 수 있는 '장인정신'이 그들의 연구문화에 내재해있고,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100여 년 전부터 기초과학을 육성해온 일본에 비해 우리는 고작 1980년대부터 실질적인 투자가 이루어져 경험·노하우 등 지식축적을 위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비록 객관적인 지표에서 일본과의 기술력 차이는 극명하지만 난관 극복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1965년 우리나라 1인당 GDP는 약 106달러로 아프리카 잠비아·가봉보다 못한 빈국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저력있는 나라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혁신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오랫동안 감내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한 조건부 명제다. 이번 기회에 국가연구개발 전략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외풍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국내 산업생태계 혁신이 필요하다.
'코이(koi)'라는 관상어가 있다. 이 물고기는 작은 어항에 기르면 5~8㎝밖에 자라지 않지만,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15~25㎝까지 자라고 강물에 방류하면 90~120㎝까지 성장한다고 한다.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성장하는 카멜레온 같은 물고기다.
남을 탓할 겨를이 없다. 거센 도전은 이미 우리 앞에 던져졌고 과감한 혁신을 통한 응전으로 작금의 난관을 천재일우의 기회로 삼고 전화위복 시발점으로 삼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