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 쓰레기 분류 기능 오류
고장 잦고 재활용률 낮아 "이상한 시설" 애물단지 전락

첫 단추부터 잘못 꿰인 행정 결과로 피해를 보는 건 주민입니다. 그 그릇된 행정이 '쓰레기'와 관련이 있다면 피해는 주민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모두의 피해로 돌아옵니다. 경남 지역에는 생소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은 1998년 경기도 용인 수지지구에 최초 설치됐습니다. 이후 인천 송도신도시·서울 은평뉴타운·성남 판교지구 등 서울·경기도 신도시를 중심으로 전국 68개소에서 건설했거나 건설 중입니다. 주민 쾌적함·편리성을 강조하며 보여주기식 행정을 펼친 결과는 호미는커녕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소개할 쓰레기 행정 실패 사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건 뭘까요? '순환'보다 '편의'에만 초점을 맞춘 쓰레기 행정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 인천 송도신도시 아파트마다 설치된 쓰레기 투입구. 초록색 투입구에는 일반 쓰레기, 노란색 투입구에는 음식물쓰레기를 담아야 하지만 지하 저장 공간이 꽉 차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지 않는다. 주민들이 투입구 앞에 쓰레기를 놓고 간 모습.  /이혜영 기자
▲ 인천 송도신도시 아파트마다 설치된 쓰레기 투입구. 초록색 투입구에는 일반 쓰레기, 노란색 투입구에는 음식물쓰레기를 담아야 하지만 지하 저장 공간이 꽉 차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지 않는다. 주민들이 투입구 앞에 쓰레기를 놓고 간 모습. /이혜영 기자

인천시 송도신도시는 도심 한복판에 센트럴파크가 있어 이국적인 느낌이 인상적이다. 또 '사람들이 쓰레기를 안 버리나?' 싶을 만큼 깨끗하다. 하지만, '청소차 없는 도시'임을 자랑하는 송도신도시는 모순되게도 최근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천시는 2005년 최초로 송도 2공구에서 생활폐기물(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을 운영한 이후 점차 청라국제도시·영종하늘도시로 확대했다.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은 집집마다 배출되는 쓰레기를 지하 관로를 통해 모은 뒤 공기압을 이용해 중앙 집하장으로 운송하는 시스템이다. 생활쓰레기가 쌓이지 않아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 '클린 도시'를 만들 수 있고, 이는 외국인투자 유치에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송도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은 1∼7공구(6공구 제외)에 설치된 53.6㎞ 생활폐기물 지하수송관로와 7개 집하장으로 이뤄진 시설이다. 하루 평균 35t 쓰레기를 지하수송관로를 통해 집하장으로 모아 폐기물 처리시설로 보낸다. 도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지하 이송 관로 계획이 포함됐고, 지구별 집하시설 설치에 3000여억 원이 소요됐다. 이 비용 대부분은 토지조성 원가에 반영돼 주민이 부담했다. 송도신도시 66개 단지에 쓰레기 투입구 2643개가 설치돼 있고 4만 7754가구가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가장 먼저 운영한 송도 2공구 아파트단지에서 발생했다.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의 잦은 고장으로 아파트 입주자들이 쓰레기를 제때 버리지 못해 악취에 시달린다는 민원이 속출했다. 자동집하시설이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잇따라 제기됐다. 송도국제도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7년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 등 수도권 신도시 지역 주민과 시민·환경단체들이 쓰레기 자동집하 시설 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 인천 송도신도시 4공구 집하장에 설치된 송풍기. 태풍급 공기압을 이용해 아파트 위치에 따라 저장소에 있는 쓰레기를 최대 2km 길이 관로를 통해 쓸어와야 한다. /이혜영 기자
▲ 인천 송도신도시 4공구 집하장에 설치된 송풍기. 태풍급 공기압을 이용해 아파트 위치에 따라 저장소에 있는 쓰레기를 최대 2km 길이 관로를 통해 쓸어와야 한다. /이혜영 기자

심형진 인천환경운동연합 대표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환경단체 반대가 극심했다. 이미 일본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자동집하시설 철거 논의가 한창일 때 한국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하나의 관로를 통해 집하장으로 보내는 방식이라 두 종류의 쓰레기가 뒤섞이면서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최대 30년 사용 가능할 것으로 봤던 시설 노후가 예상보다 빨라져 지역별로 수백억 원대 비용을 들여 재설치를 해야 할 시기가 임박해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자동집하시설은 이론과 설계상으로는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 분류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음식물쓰레기를 끌어당길 때 일반쓰레기 밸브는 닫혀 있다. 하지만, 실제 운영을 해보니 음식물이 관로에 협착돼 일반폐기물과 혼합되고 고장 원인이 되고 있다. 잘 운영이 된다고 해도 30년마다 대수술 비용이 1000억 원이나 드는 이상한 시설"이라고 평가했다.

2012년 감사원은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 설치 계획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환경부를 포함해 지자체에서도 경제적(비용적)·운영적·폐기물 정책 측면에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을 확대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인천 송도신도시 4공구 집하장 모습. 노랑색 관로는 음식물 쓰레기, 파랑색 관로는 일반 쓰레기만 통과하는 것으로 설계됐지만 단일 관로를 통과하면서 두 가지 종류 쓰레기가 섞여 지금은 혼합해서 처리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 인천 송도신도시 4공구 집하장 모습. 노랑색 관로는 음식물 쓰레기, 파랑색 관로는 일반 쓰레기만 통과하는 것으로 설계됐지만 단일 관로를 통과하면서 두 가지 종류 쓰레기가 섞여 지금은 혼합해서 처리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당시 감사원의 부적정 이유는 무려 8가지다. 1000억 원에 이르는 시설비, 문전 수거 방식의 13~36배에 이르는 막대한 사용자 부담비, 재활용률 감소에 따른 쓰레기 종량제 역행 등이다. 인천시·감사원 역시 2015년 인천경자청에 자동집하시설 설치사업 추진이 부정적하다는 의견을 통보한 바 있다. 2015년 전국쓰레기집하시설피해방지대책위원회(위원장 장현철 등)가 시공사의 성능증명서 조작 의혹 등을 제기하며 공무원, 검사·경찰, 건설사 등 총 500여 명을 고소했지만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2016년부터 연수구가 자동집하시설 운영권을 이관받아 유지·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악취 민원이 지속하자 연수구는 지난 6월 주민대표, 관계공무원, 전문가, 시민단체, 시·구의회 등이 참여하는 '송도 자동집하시설 악취 해결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구성했다.

자동집하시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할 때마다 환경부는 음식물쓰레기 회수율 개선·분리관로 설치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 종량제 지침에 반영해왔다. 대책을 수립하라고만 하던 환경부도 지난해는 음식물류 폐기물 재활용이 곤란하면 별도의 방법, 즉 문전 수거를 통해 재활용해야 한다고 폐기물 관리법을 개정했다.

연수구청 관계자는 "현 자동집하시설로는 음식쓰레기 재활용이 전혀 안 되기 때문에 문전 수거 등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주민들에게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머리를 맞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을 설치한 행정을 '눈먼자들의 도시'에 비유하고 있는 심형진 인천환경운동연합 대표.  /이혜영 기자
▲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을 설치한 행정을 '눈먼자들의 도시'에 비유하고 있는 심형진 인천환경운동연합 대표. /이혜영 기자

송도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음식물 쓰레기 문전 수거를 통해 자동집하시설 수명을 늘리고 재활용을 해야 한다는 측과 부실 시공·관리 책임이 있는 인천시에서 예산을 투입해 자동집하시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행정이 책임져야 한다는 측이다. 하지만, 후자 측 주장은 신도시가 아닌 지역의 인천 시민과 갈등 요인이 된다. "신도시 주민 편의를 위해 설치한 시설 유지와 재설치 비용을 왜 인천 시민 모두가 부담해야 하느냐"는 주장과 충돌하는 것이다.

심 대표는 <눈먼자들의 도시>를 떠올렸다. 심 대표는 "전국 신도시에서 갈등을 빚는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은 행정이 코앞의 성과와 주민 편의만 생각하고 추진한 사례다. 자동집하시설은 태풍급 공기압을 이용해 쓰레기를 한 곳으로 쓸어모으는 에너지 낭비적인 시설이 틀림없다. 여전히 자동집하시설이 건설되고 있다.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행정이 안타깝다"고 했다. 잘 쓰고 잘 담자. 쓰담쓰담.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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