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 때 우리나라 주권을 일왕에게 양여한 사건이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다. 11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경제 침략을 제2의 국치 즉, 기해국치(己亥國恥)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우리가 일본을 능가할 수 있는 자립정신을 두기 위해서는, 우리 사고·의식의 재혁신을 다짐해야 할 것이다.

먼저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말살했던 우리 고유의 정신적 전통을 바로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가장 주체적인 전통을 묻는다면 '효 정신'이 첫 번째일 것이다.

일본은 우리 효에 대해 전근대적인 정신이라고 여겨왔다. 일본은 효 정신을 비가치화하고 인식에 손상을 주어 왔다. 또한 큰 걸림돌로 비하하고 본래 정신을 퇴색했다. 즉 민족혼조차 말살하려 했다. 그래도 이 고유의 정신은 우리 민족 자랑이요 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각급 학교에서 인성교육의 첫 번째 덕목으로 삼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전통으로 계속 이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은 일본이 우리에게 의도적으로 심어준 식민 정신이다. 우리 민족 자랑거리는 겸손함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일본은 이런 정신을 역이용하여 자조(自嘲)·자멸(自滅)·자비(自卑)의 정신으로 심었다. 일본은 잦은 침략으로 우리 고유 정신을 악용·심화하고 보편화했다.

흔히들 '엽전 의식'이라고 일컫는 자조·자멸·자비 풍조는 무조건 우리 것이라면 열등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외국 물품에 대해 선망하는 생각들이다. 아직도 우리 것에 대한 비하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에게는 그 특유의 기질이 있다. 동일성이라고 불리는 이 기질은 우열 기준으로 따질 수 있는 성질은 아니다. 이 동일성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계화 시대에 발전적이고 창조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무형의 큰 자산이다. 우리 결점인 자조·자멸·자비 풍조는 동일성의 재발견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대표단이 일본까지 찾아갔는데도 문전박대하고, 공개적으로 인격을 모독하는 작태 등에 대해 억압되어 왔던 감정들이 화산처럼 치솟고 있는 요즘이다. 다시는 질 수 없다는 굳센 각오로 제2의 국치, 즉 기해국치를 냉철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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