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이염
귀-코 연결돼 콧물 역류
환자 9세 이하 아동 절반
감기 간접흡연 등 원인
급성 땐 항생제 약물 치료
만성 '인공고막'수술 필요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수영장만 다녀오면 중이염을 앓곤 했다. 귀에 물이 차서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 나 역시 수영을 하고 나면 귀에 물이 차는 상황을 종종 겪는다. 어떤 때엔 손가락을 집어넣어 물을 빼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엔 고개를 젖혀 폴짝폴짝 뛰기도 한다. 대개 이런 과정을 거치면 귓속에 있는 물은 자연스레 빠져나온다.

물놀이를 많이 하는 계절, 그것도 여름의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으니 병원에 중이염 환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여기에다 예전에 짝(아내)이 중이염으로 수술까지 한 적이 있어 이게 대체 어쩌다 생기는 병인지, 어느 시점에 어떻게 치료해야 효과적으로 나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섭외하다 창원파티마병원 이상하 과장과 연결되었다.

▲ 창원파티마병원 이비인후과 이상하 과장. /정현수 기자
▲ 창원파티마병원 이비인후과 이상하 과장. /정현수 기자

◇중이염 발생원인 = 이 과장을 만나자마자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 물놀이하다 귀에 물이 차서 중이염이 생기기도 하나요? 대답은 "아니요"였다. 엥? 선입견이 와르르 무너졌다.

"귀에 물이 찬다는 것은 외이, 그러니까 고막 밖에 물이 고이는 것인데 이건 고막 안쪽에 물이 차는 것과 전혀 상관이 없어요."

그럼 왜 아이가 수영장에만 다녀오면 이비인후과를 단골로 다녀야 했을까. 이 과장은 살짝 의심스러워하며 던지는 질문에 컴퓨터 화면에 귀 구조도를 띄워 설명했다.

"여기(그림1) 보세요. 고막이 여기에 있고 중이는 고막 안쪽 여기예요. 물은 고막을 통과하지 못해요. 그럼 이쪽에 물이 차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당연히 목 안쪽에 문제가 생겨 중이 쪽으로 흘러 들어가 고막이 붓고 통증이 오는 겁니다. 아이가 수영장에만 갔다 하면 중이염을 앓았다는 것은 아마도 감기에 옮았거나 수질이 안 좋아 균에 감염되었을 수 있어요."

귀 안쪽 구조를 보니 이해가 되었다.

"귀는 코와 연결이 되어 있어요. 콧물이 역류해서 귀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고막 안쪽에 물이 차는 거죠. 해서 중이염이 생기는 거예요. 감기 걸리고 나면 애들에게 잘 생기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중이염 원인이 감기만은 아니다. 간접흡연도 원인이 되고 영유아 젖병 수유 때에도 잘못하면 귀와 연결된 관(이관 또는 유스타키오관)으로 흘러 들어가 중이염의 원인이 된다.

계절적으로 보면 겨울철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 중이염 환자도 많다고 한다. 2017년 보건복지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9세 이하 아동이 환자의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중이염의 주된 증상 = 짝이 이비인후과를 자주 다니던 시기 두통을 많이 호소했다. 이 과장은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귀에 통증이 있고요, 물이 생기기도 하고 청력저하에 어지럼증까지 나타납니다."

그런데 중이염도 진행 과정이 있어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먼저 발병 초기로 볼 수 있는 급성인 경우 열이 나고 귀에 통증이 있고 멍멍하다.

감기 등으로 말미암아 고막 안쪽에 고름이 차서 부어오른 상태다. 이 상태에서 더 진행되면 부기가 빠지면서 아프지는 않지만 열이 나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삼출성 중이염 상태로 오래 두면 만성으로 진행돼 수술해야 하는 수가 있다.

만성이 되면 고막이 찢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막이 녹아버린다는 표현도 쓴다. 또 고막이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유착성 중이염이라고 한다. 유착성일 땐 고막 안쪽 뼈가 도드라져 보인다.

"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해서 모두 중이염은 아닙니다. 어렸을 때 발병해 회복된 경우 고막이 자연적으로 다시 붙기도 하는데 염증 때문에 고막이 칼슘화해서 소리 전달이 잘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북이 뻣뻣하면 소리가 잘 안 나는 것과 비슷하죠."

◇치료는 어떻게? = 급성일 경우엔 대체로 항생제를 투여하는 등 약물치료를 한다. 고막이 부풀어 올랐다고 해서 고막을 찢어 고름을 빼내지 않는다. 괜한 호기심 때문에 이때 고막에 구멍을 내어 안쪽에 찬 고름을 빼면 어찌 되는지 물었다.

"통증도 더하겠지만 중이에 찬 액체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피도 섞여 나와요. 2차 감염 우려도 있고요."

염증이 원인이므로 항생제 치료가 우선이다. 고막이 뚫렸을 때라면 귀를 통해 항생제를 투여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항생제와 진통·해열제를 써야 한다.

증세가 호전되었다고 해서 약물을 끊으면 재발하기 일쑤다.

"열도 내리고 귀도 아프지 않으니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병원을 찾게 되지요. 염증이 완전히 잡힐 때까지 약물치료를 계속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약물치료를 3개월 이상 지속해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중이에 찬 삼출액을 빼내야 한다.

"항생제 투여로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고막에 작은 구멍을 내어 환기관을 꽂아 삼출액을 빼내는 치료를 합니다. 이 환기관으로 공기를 통하게 귓속과 바깥 공기의 기압을 맞추고 점막을 건조시켜 염증 발생을 억제합니다. 우리 몸은 공간이 막히면 병이 생겨요."

제때 치료하지 않았을 때 만성으로 진행된다. 주로 고막 천공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땐 고막 성형수술, 즉 인공고막을 만들어 붙이는 수밖에 없다.

"우선 귀 뒤쪽 피부를 절개해 유양동(귀뒤뼈)을 갈아 점막을 없앱니다. 여기에 균이 많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 다음 근막(피하지방 안쪽 근육에 붙은 피부)을 채취해 인공고막을 만들어 붙이는 수술을 해요."

◇예방법은 없을까 = 왜 없겠나. 발병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우선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해야 한다. 중이염의 가장 큰 이유가 감기 등 상기도(코에서 후두까지) 감염으로 인한 것이니. 구강 청결이 우선이겠다. 감기 예방주사도 제때 맞고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도 철저히 해야겠다.

"대부분 코가 좋지 않으면 중이염 걸리기 쉬워요. 콧물이 귀로 들어가서 중이염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코 세척만 잘해도 중이염을 예방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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