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구태·편협 못 벗는 황교안 대표
'각자도생'홍준표·김태호도 한심해

지난 14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광복절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걸 보면서 '내년 총선도 가망 없겠다' 생각했다.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를 겨냥해 선수를 친 모양인데 새로운 내용은커녕 급조한 티가 역력했다. 국회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이라는 발표 장소부터 그랬다. 자신도 '과거'에 붙들려 있으면서 "문 대통령은 과거에 머무를 건지 미래로 함께 나아갈 건지 선택해야 한다"(황 대표 담화 중)고 큰소리치는 꼴이었다. '건국' '자유민주주의' 같은 상징효과를 노린 것 같은데 '장기독재' '부정부패' '친일청산 방해' 같은 패악과도 뗄 수 없는 인물이 이승만이다.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30%쯤 되는 보수층과 영남권만 보고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이보다 어리석고 촌스러운 선택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황 대표는 늘 '자유우파'란 용어를 입에 달고 산다. 이날 담화 후 기자들과 문답에서도 그랬고 정치 데뷔 후 줄곧 이 말을 자랑스럽게 써왔다. 이도 참 어리석다. 어떻게든 외연을 넓혀야 하는 시점에 스스로 장벽을 쌓고 '내 편' '네 편'으로 국민을 갈라친다. 문 대통령이나 여당 지도부가 "우리 진보좌파"라고 하는 걸 들어본 일이 있는가? 우파니 좌파니 하는 용어는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부정적으로 규정할 때 주로 쓰는 말인데 이걸 버젓이, 무슨 대단한 신념인 양 앞세우고 있다. 말로는 젊은 사람과 중도층에 다가간다면서, 수도권 민심을 얻지 못하면 총선은 필패라면서 하는 행동은 정확히 그와 정반대다.

황교안 대표만 문제가 아니다. 경남 출신 정치인이자 보수진영 유력 대권주자인 홍준표·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의 행보도 퇴행적이긴 마찬가지다. 듣자하니 두 사람은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창녕(홍준표)과 거창(김태호) 쪽에서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김 전 지사는 거의 결심을 굳힌 것 같고 홍 전 지사는 대구 등도 함께 검토 중이란다. 두 사람 측은 이제까지 험지 등에서 희생할 만큼 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사실과 거리가 있어 보이고 또 무슨 포장을 한들 '당선 가능성'만 좇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누릴 만큼 누린 사람들이 한국당 깃발만 꽂으면 무난히 이길 수 있는 지역에서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향에서 골목대장이 돼 돌아왔다. 이제 나라를 운영하고 싶다'고 할 것인가? 외려 대권과 영영 멀어지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아무리 보수가 몰락했다지만 리더급인 사람마저 각자도생, 제 살길 찾기에 혈안이니 총선 승리는 더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살고 싶으면 보수는 무능하고 촌스럽고 탐욕적인 당내 기득권 정치인 다수를 대대적으로 '학살'하는 수밖에 없다. 지지율 40%가 넘는 여당도 새롭고 유능한 인물을 전면 배치할 태세인데 20% 안팎에서 간당간당하는 한국당이 홍준표 전 지사 같은 인물에 휘둘리는 건 한심함을 넘어 처량하기까지 하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며 장외투쟁을 펼치는 그 감각과 실력으로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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