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전에 일본 불매운동이 끝나면 술 한 잔 사겠다."

7월 초순을 지나 중순을 향하던 즈음, 지인은 일본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촉발된 '보이콧 재팬' 운동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지역에서도 이렇다 할 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지인은 9월을 기점으로 일본 불매운동이 사그라지면 자신이 술 한 잔 사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예상에는 '설마' 하는 생각이 크게 자리 잡은 듯했다. 대신 9월까지 불매운동이 이어지면 기자가 술 한 잔 사기로 했다.

국가 간 갈등을 두고 내기 아닌 내기를 하는 게 발칙해 보일 수 있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말에 왠지 오기가 생겼다.

막상 내기를 했지만 자신이 없었다. 과거 한국과 일본 간 정치외교적 갈등이 있을 때마다 순간 타올랐다 이내 식어버렸던 이전의 불매운동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느덧 7월을 넘겨 8월 중순을 지나고 있다. 뜨거웠던 여름은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맞선 불매운동은 갈수록 뜨겁다.

맥주, 화장품, 의류 등 소비재를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은 여행, 자동차, 중장비 등 전방위로 확산했다. 시민, 학생, 상인, 농민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에 나섰고 '안 사고, 안 먹고, 안 입고, 안 가고'는 어느 순간 일상이 됐다.

사실, 술을 누가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전의 불매운동과 분명히 다른 양상이라는 것이다. 아직 9월이 오지 않았지만, 그에게 술 한 잔 기꺼이 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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