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진정이 379건이고, 이 가운데 경남은 23건이라고 한다. 그러나 민간 단체인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같은 기간 카카오톡·이메일 등으로 접수된 상담 건수는 고용노동부 공식 집계의 2.8배인 1073건에 이른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률이 발효되었음에도 계속해서 직장 내에서 부당한 괴롭힘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이 더 이상 관행 아닌 불법행위라고 공식적 인정을 받고 있음에도, 이런 전근대적이고 반인륜적인 행위가 계속되는 이유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먼저 법적으로 발효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닌 한계가 너무나 뚜렷해 보인다. 예를 들어, 갑질 피해자가 회사에 먼저 신고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회사 내 누구에게 신고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으며, 누구를 신고 접수자로 지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도 없다. 또한 갑질 피해가 발생했을 때 1차 조사권한이 사용자에게 있다 보니 진상규명조차 쉽지 않을뿐더러, 신고받은 사용자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도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는 결정적인 결점을 법 자체가 지니고 있다. 게다가 노동청의 직접 개입도 괴롭힘 신고 이후 피해자가 불이익을 당했을 때만 가능할 뿐이다. 쉽게 말해, 절차적 구멍을 넘어서 법적 허점까지 보이는 법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엉터리 같은 법률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라고 이름 붙인 국회의원들의 안일한 태도부터 탓하는 게 정상으로 보인다.

밥벌이를 위해 누군가에 의탁하여 돈을 번다는 행위를 천한 종노릇이라고 비하할 수는 없다. 지금 시대에서 상전과 종이라는 이분법적 관계 설정부터 전근대적 가치관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일자리에서 개인에 대한 험담을 넘어서서 폭언과 따돌림까지 다반사로 일어나는 데도 현행 법률로는 처벌이 어려운 황당한 문제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물론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이상 행동을 법적으로만 처벌하기가 어렵고, 계몽과 지도라는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법적 처벌이 분명해야 계몽과 지도 역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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