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운영비 위해 판매
여성청소년쉼터 다음 달 착공
차량 구입비 마련코자 더 열성

금요일 오후 6시면 어김없이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터미널 일원에서 "얘들아, 밥은 먹고 다니니?" 하고 묻는 사람이 있다. 청소년 밥차를 운영하는 이은경(51) 대표다. 이 대표가 요즘 밥차 준비 시간 외에는 포도 상자를 배달한다. 이유가 뭘까?

지난 7일부터 지금까지 밀양 삼랑진 포도밭에서 이 대표가 받아 나온 물량이 1000상자가 넘는다니, 도내 곳곳을 얼마나 돌아다녔을지 상상조차 안 된다. 이 대표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포도팔이(?)를 자청한 이유는 청소년 밥차 운영기금 마련을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는 이유가 서너 개 더 붙었다.

▲ 이은경 청소년밥차 대표는 여성청소년쉼터에서 사용할 승합차를 마련하고자 포도를 팔고 있다. /이은경 대표 페이스북
▲ 이은경 청소년밥차 대표는 여성청소년쉼터에서 사용할 승합차를 마련하고자 포도를 팔고 있다. /이은경 대표 페이스북

이 대표는 우선 "청소년 밥차는 무조건 밥을 먹이자는 취지가 아니라, 밥을 매개로 청소년에게 권리를 일깨워주고 안전하지 못한 사회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 밥차를 처음 기획할때부터 '여성 청소년 전용 쉼터' 설립을 위한 이슈파이팅 도구로 활용하고자 했다. 다음 달 창원시립여성청소년전용쉼터 공사가 시작된다. 올해 포도 배달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인으로부터 경매가로 포도를 받아 시세가로 판매해 차익금을 적립하고 있다. 적립금 일부는 '청소년밥차 시즌1'이 마무리되는 10월 25일까지 운영비로 쓰인다. 이 대표가 적립금 사용 중 가장 염두에는 두는 것은 창원시립여자단기쉼터 차량 구입비 마련이다. 또 일부는 10월 25일 합성동 주민과 함께하는 '더하기 음악회' 행사비에 보태고, 합성동에 사는 한 초등학생의 교통사고 치료비도 2차 지원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쉼터 운영을 위해서는 최소 12인승 승합차가 필요한데, 사랑의열매 차량지원 신청 자격이 운영 실적 1년 이상이다. 시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다른 시설도 차는 지원하지 않고, 대기시설이 많아서 5년 이상이 돼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포도 판매 수익금 대부분이 차량 구입비에 쓰일 것 같다"고 했다.

▲ 이은경 청소년밥차 대표는 여성청소년쉼터에서 사용할 승합차를 마련하고자 포도를 팔고 있다. /이은경 대표 페이스북
▲ 이은경 청소년밥차 대표는 여성청소년쉼터에서 사용할 승합차를 마련하고자 포도를 팔고 있다. /이은경 대표 페이스북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만 포도 판매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2주 만에 1000상자를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이 대표는 "주도해서 팔고는 있지만 지역별로 대신 배달해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대신 맡아두고 판매하겠다는 곳도 많다. 포도를 사는 대신 지역아동센터 후원금을 주는 사람도 있고, 그들 이름으로 포도를 배달한다. 지난해 그렇게 판매한 포도가 100상자이고, 올해도 25상자를 보냈다"고 했다.

이 대표는 9월 초까지 포도 2000상자를 판매해 1300만 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5년간 꾸준히 포도를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상품도 최상이기 때문이다. EM(유용 미생물)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아침에 따서 당일 배달한다. 더 많은 지역민이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포도 한 상자 가격은? 3㎏ 1만 8000원.

이 대표는 함안 사랑샘지역아동센터 전 센터장이자 찬란한FC유소년축구단 단장을 했다. 또 영화 <오장군의 발톱> 제작자이기도 하다. 지금은 함성중학교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자 모두의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창원시립여자단기청소년쉼터 설립추진위원회 상임 대표에 청소년밥차 운전까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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