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쓰레기, 재활용에도 한계
불필요한 소비 줄이기 시작해야

1㎏. 한국에 사는 사람 1명이 자고 일어나 씻고 먹고 일하고 쉬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중에 만들어내는 쓰레기의 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전체로 넓히면 1인당 하루 1.4㎏이 조금 넘는다. 전 세계에서 하루 배출되는 쓰레기가 얼마나 되는지, 단순계산해도 어마어마하다. 이 중에 재활용되어 다시 자원으로 태어나는 양은 미미하고 대부분은 산처럼 쌓여 있다가 땅에 묻히거나 태워진다. 매립·소각 쓰레기의 양도 포화수준에 이르렀다.

통계와 관리 범위 밖에서 마구잡이로 버려진 것들은 그 양을 어림잡아 추정할 뿐이다. 최근 국내에서만 불법 투기·방치·수출 쓰레기 120만 t이 적발됐다. 어딘가를 떠돌다가 바다로 흘러든 폐기물은 대체 얼마나 될지. 생명다양성재단이 내놓은 연구결과에서는 전 세계 부실관리 폐기물의 0.55%,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중 1500t이 한국산인 것으로 짐작된다 한다. 이러고 보니 바닷속에는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많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콧구멍에 빨대가 꽂힌 채 다니는 바다거북이 발견되는 것도, 죽어 떠밀려온 고래 뱃속에서 플라스틱이나 비닐 쓰레기가 잔뜩 나오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싶다.

한 국가 안에서도 차고 넘치는 쓰레기를 수출하고 수입하는 나라가 여럿이라는 건 쓰레기가 돈이 된다는 소리다. 선별해서 재가공해 산업 원료로 변신하는 선순환이 잘 이뤄진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거나 줄이겠다고 선언한 건 그조차도 쓸 만한 걸 골라내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되거나 처리능력을 벗어날 만큼 너무 많아 처치곤란이 되어서다. 난감해진 건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뿐만이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

한국은 플라스틱 쓰레기 생산대국이면서도 폐플라스틱 수출·수입국이다. 미국·일본 등 OECD 국가가 배출하는 것들을 수입하고 반대로 동남아시아 국가에 폐플라스틱 발생량의 대부분을 수출한다. 이런 이중적인 행태는 국내에서 발생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질에서 기인한다. 여러 물질로 이뤄진 부분을 뒤섞어 한 제품을 만들기도 하고 같은 형태 쓰레기도 각기 다른 원료로 만들어, 재활용 불가능하거나 가치가 낮다. 음료 병에 붙은 라벨이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아 짜증 나고 어떤 종류로 분리배출 하는 게 맞는지 몰라 헤매는 일은 얼마나 잦은가. 이제 이 불량 쓰레기를 떠넘길 수도 없게 되었으니 어쩌나.

소비주체도, 생산주체도, 정부정책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닐·플라스틱 포장 제품은 넘치고 분리배출도 재활용도 쉽지 않다. 에코백과 텀블러조차, 하나만 장만해 오랫동안 반복해 사용하지 않으면 되레 환경을 해칠 수 있다니!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야 한다. 싸니까, 예쁘니까, 남들 사니까 일단 사보자 했다가 구입할 때만큼 쉽게 버리는 물건들, 저 장롱 속 옷들, 먼지 쌓인 책들, 서랍 속 구형 휴대전화기들, 냉장고에서 시들어가는 채소들…. 돈 주고 산 쓰레기가 그득하다. 덜 사야 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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