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방 위험물 회수 작전
일반 청년들 재난 탈출기
코미디·액션 더해져 유쾌

<분노의 질주 : 홉스&쇼>(감독 데이빗 레이치)가 개봉 4일 만에 관객 150만을 돌파했다. 세계 각지를 배경으로 확실한 물량공세에다 만담 같은 대사를 장착한 <분노의 질주 : 홉스&쇼>는 전작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 결을 달리하는 팝콘 무비로 유쾌한 질주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남녀 주인공의 질주가 인상적인 한국형 재난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 재난 영화라면 어쩔 수 없이 가족애를 강조한 신파 등 마땅히 장착하는 클리셰들을 배제한 채 뛰고 또 뛰는 주인공들의 사투에 집중하며 개봉한 지 보름이 지나도록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있다.

액션과 코미디로 무장한 <분노의 질주 : 홉스&쇼>와 <엑시트>가 막바지 무더위를 책임지며 당분간 그 기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분노의 질주 : 홉스&쇼> 주인공들. /스틸컷
▲ <분노의 질주 : 홉스&쇼> 주인공들. /스틸컷

◇분노의 질주 : 홉스&쇼

해티 쇼(바네사 커비)를 비롯한 M16 요원들은 전 인류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바이러스를 회수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바이러스를 노리는 에테온 행동대장 브릭스턴(이드리스 엘바)의 공격을 받는다. 요원들이 모두 죽게 되고 궁지에 몰리자 해티는 바이러스가 든 캡슐을 몸 안에 넣고 도주한다.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CIA는 앙숙으로 유명한 DSS(미국 국무부 보안국·Diplomatic Security Service) 요원 루크 홉스(드웨인 존슨)와 런던에서 프리랜서 활동을 하는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를 한팀으로 만든다.

결코, 타협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남자는 데카드 쇼의 여동생 해티 쇼도 지키고 바이러스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을까?

<분노의 질주 : 홉스&쇼>는 액션 블록버스터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분노의 질주>의 스핀오프(기존의 영화에서 등장인물이나 설정을 가져와 새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다.

스핀오프라고 하지만 <분노의 질주>라는 타이틀을 달기에 그동안의 작품들과 결을 완전히 달리한다. 도미닉 토레노와 크루들의 카체이싱과 화려한 슈퍼카들의 향연, 여기에 진지함이 영화 전반을 지배했던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는 달리 이번 스핀오프는 화려한 블록버스터에다 남 주인공들의 할리우드식 코미디 대화가 쉬지 않고 오가는 버디 무비에 가깝다.

런던과 로스앤젤레스, 모스크바, 사모아까지 범위를 넓히며 맨손 격투장면부터 총격전, 추격전, 헬기에다 대규모 폭발 장면까지 동원하지만 긴장감을 주지 못하는 것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입으로 싸우느라 정신이 없는 두 남자의 배틀 같은 입씨름과 치명적이지 못한 빌런(무언가에 집착하는 악당) 덕분이다.

만나기 전부터 완전히 다른 홉스와 쇼의 일상을 대칭으로 보여주며 대척점을 긋더니 만나고부터는 불끈불끈 한 근육만큼 입 근육도 쉬지 않는다.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도 기어이 만담을 주고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두 남자 덕에 그저 편안히 '홉스&쇼의 쇼'를 즐기면 된다.

두 근육질 남자의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구강액션'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해티의 앙칼지면서도 날렵한 액션이다.

여기에 '대의'와 '진화'에 집착하는 빌런을 통해 기술의 진보와 문명의 이기가 과연 인간에게 반드시 이로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은 가볍디가볍다.

영화가 끝나고 등장하는 세 개의 쿠키 영상은 이번 영화가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아닌 '홉스&쇼' 시리즈의 시작임을 분명히 밝힌다.

▲ <엑시트> 주인공들. /스틸컷
▲ <엑시트> 주인공들. /스틸컷

◇엑시트

졸업 후 몇 년째 구직활동만 하는 용남(조정석). 대학교 산악 동아리 에이스였던 용남은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장에서 철봉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저녁이 되면 눈치껏 설거지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어린 조카의 무시는 물론 온 가족의 구박 덩어리가 된 지 오래다.

온 가족이 참석한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 용남은 연회장 직원으로 취업한 동아리 후배 의주(윤아)를 만난다. 대학시절 짝사랑했던 의주와의 어색한 재회도 잠시, 칠순 잔치가 무사히 끝나고 집에 갈 채비를 하던 중 의문의 연기가 건물 주변을 감싼다.

피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도심 전체는 유독가스로 뒤덮이고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이 와중에 가족들은 무사히 탈출용 헬기에 오르지만 용남과 의주는 낙오된다. 이 둘은 산악 동아리 시절 쌓아 뒀던 모든 체력과 기술을 동원해 탈출을 시도한다.

"장가 못 갔고요. 취업 준비 중입니다. 한 잔 더 드릴게요."

취업하지 못한 용남이 일가친척을 모두 만나야 하는 재난 같은 상황으로 웃음을 유발하더니,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는 유독가스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한국형 재난 영화로 자연스레 모습을 바꾼다. 높은 곳으로 오르고 올라 옥상 문을 열고 구조를 기다려야 하지만 옥상 문은 하나같이 닫혀 있다. 생명보다는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뉴스를 원하는 '황색 언론'의 모습 또한 여실히 보여준다.

감독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보다는 일이 벌어지고 난 후 어떻게 대처해 나가냐에 초점을 둔다. 휴대전화 불빛으로 SOS 신호를 보내기(따따 따 따 따 따따따)나 부상자를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간이 침상 만들기, 방독면 사용하기 등 평범한 이들의 사투를 통해 빌딩을 맨손으로 오르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그저 응원하도록 관객을 몰입시킨다.

흔히 재난 영화에서 등장하는 민폐 여주인공 캐릭터에서 벗어나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의주는 눈여겨볼 만하다. 의주는 모두가 혼돈에 빠졌을 때 건물의 비상벨을 울려 다른 손님들을 대피시키고, 주변 도구를 활용해 상황을 벗어나는 기지를 발휘한다. 첫 번째 구조 기회 때, 용남과 의주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순서를 양보한다. 겨우 얻은 두 번째 기회 때도 학원에 갇힌 학생들을 먼저 구하도록 한다.

그렇다고 소위 영웅주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의주는 구조헬기를 떠나보내고서 뒤돌아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고, 죽기 싫다며 오열도 한다. 그저 닥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살기 위해 죽도록 달릴 뿐이다.

취업난에 좌절하는 청년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가 터지는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산다는 것은 입 벌린 사자 앞에서 홀로 기를 쓰고 매달려 있는 용남이 곧 우리의 모습인 것 같아 씁쓸한 뒷 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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