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운동 서훈 1주년 포럼
전문가, 사료적 가치 인정
미술 작품 재평가 주장도

독립유공자이자 미술가인 고 괴암(魁巖) 김주석(1927∼1993) 선생의 자서전을 바탕에 둔 사료 비판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14일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괴암 김주석 항일독립운동 서훈 1주년 포럼'에서 나왔다. (사)괴암김주석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김주석 선생 작품 보존과 기념사업회의 발전 방향 등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지난해 광복절에 독립유공자 훈장을 받은 김주석 선생은 자서전에 자신이 직접 당했던 고문 장면을 그림으로 기록해 남겼다. 일제시기 수없이 많은 고문이 자행되었음에도 고문 피해를 입은 트라우마 때문에 고문 피해 기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세밀한 그림과 글로 남긴 김주석 선생의 자서전은 사료적 가치가 높다.

김주석 선생은 경성전기학교(현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재학 시절(당시 16세)인 1943년 비밀결사조직인 학우동인회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헌병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고, 평생을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받았다.

김주석 선생 자서전을 통해 본 일제 고문을 보면, 두꺼운 각목을 무릎 뒤에 끼워 꿇어앉게 한 다음, 그 위에 의자를 얹어 온몸으로 짓누른다. 또 손톱 밑을 송곳으로 찍어 돌리는 등 일본 헌병의 고문 장면은 잔인하기 그지없다.

장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거의 유일하게 이용하는 고문 기록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심한 고문을 당했던 이희승의 회고 정도다. 김주석 선생은 상세한 설명과 함께 그림으로 남겨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고문 현장을 재현했다. 게다가 기록으로 남은 대부분 고문은 경찰의 소행인데, 김주석 선생 기록은 매우 드문 헌병대의 고문이라서 더욱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사료적 가치를 높여주는 또 하나의 부분은 부산형무소 미결감에서의 형무소 생활이다. 김주석 선생 자서전에서 예리한 관찰력을 엿볼 수 있는 서술이 있지만, 착오나 과장된 부분도 있는 만큼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다른 자료들이 나와 1940년대 학생항일운동의 중요 사료로 사용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오창성 오방사유운동협회 본부장은 "우리나라 미술의 맹점인 학벌주의, 서울 편향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에 선생의 작품이 위축된 점이 없지 않았다고 볼 때 당연히 선생의 작품은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에 참여한 전홍표 창원시의원은 김주석 선생과 같이 이름도 제대로 기록에 남기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 독립운동가를 발굴·기억하는 작업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전 의원은 "무공훈장·근정훈장 등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전체 서훈 건수는 72만 건 정도다. 이 가운데 독립유공자에 대한 서훈이 1만 건 남짓(건국포장과 대통령표창 제외)이니 전체 서훈의 2%가 되지 않는다. 부끄러운 일이다. 김주석 선생님 또한 1년 전만 해도 우리가 깜빡 잊고 챙기지 못한 독립운동가"라고 말했다. 이어 "창원지역 독립운동 인물 발굴 사업과 '독립운동 기념사업 및 독립유공자 예우·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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