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도 입식 식탁 확산
고령층·외국인 증가도 한몫

음식점에서 좌식 식탁이 사라지고 있다. 손님 등이 양반다리로 대표되는 좌식문화 불편함을 호소한 데 따른 변화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의 한 초밥집은 7월 초 입식 식탁으로 전면 교체했다. 50대 이상이 많이 찾는 이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다"는 호소를 해와 변화를 꾀했다.

주인 배혜자(62) 씨는 "지난해부터 입식으로 교체해 달라는 요구가 많더니 올해는 손님들이 좌식이라고 하면 가게를 찾지 않기도 했다"며 "6월 시범적으로 방 한 곳을 입식으로 바꿔봤는데 모두들 그 방만 찾았다. 모든 식탁을 입식으로 바꾸니 열이면 열 모두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인근 감자탕집도 6월에 식탁 34개 중 24개를 입식으로 교체했다. 19년간 감자탕집을 운영해왔다는 송덕순(61) 씨는 '감자탕은 앉아서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꿨다.

송 씨는 "나이 든 손님은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젊은 손님은 퍼질러 앉아 먹는 게 폼이 안 난다는 이유로 좌식 식탁을 좋아하지 않았다"며 "단체 예약을 하려고 했던 손님들 중 좌식이라는 이유로 예약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식당 모습. 비어 있는 좌식 식탁과 손님이 꽉 찬 입식 식탁이 대비된다.  /류민기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식당 모습. 비어 있는 좌식 식탁과 손님이 꽉 찬 입식 식탁이 대비된다. /류민기 기자

음식점에서 좌식 식탁이 사라져가는 이유로 양반다리를 불편해하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의학적으로도 설명된다. 양반다리를 하면 무릎이 130도 이상 꺾이는 등 자극이 가해져 연골판에 무리가 가 퇴행성 관절염을 유발한다. 서 있을 때보다 2배 큰 하중이 요추 사이 디스크에 실리면서 허리가 구부정해지고 추간판 탈출증 등 척추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한 노인들도 무릎을 구부리고 앉는 것을 힘들어 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빼놓을 수 없다. 좌식 문화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서 온 관광객 등은 양반다리를 불편해한다. 송 씨 역시 "인근 호텔에 머무르는 외국인들이 우리 가게로 밥 먹으러 왔는데 좌식 식탁을 이용할 수 없어 다른 음식점으로 간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식문화를 포함한 서구화 영향도 있다. 치마를 입은 여성은 방바닥에 앉기 힘든 데다 양복을 입은 남성은 바지가 구겨지는 등 좌식 식탁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종업원이나 다른 손님이 지나가는 과정에서, 혹은 서빙카트를 끄는 과정에서 부딪치거나 옷을 밟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신발을 신고 벗는 것을 번거로워하기도 한다.

입식문화는 장례식장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의 한 장례식장은 지난해 10월 접객실 식탁을 입식으로 교체했다.

이곳 정연길(63) 이사는 "입식으로 바꾸고 나니 음식을 나르는 이들도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돼 편리해한다. 좌식 식탁과 의자는 점차 입식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신축된 마산의료원장례식장은 접객실을 입식으로 꾸며서 문을 열었다.

자치단체도 발을 맞추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처음 '우리 동네 음식점 입식좌석 개선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입식문화로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연 매출액 3억 원 이하 좌식 음식점 50곳 내외를 선정해 부산지역에서 생산·판매되는 입식 식탁·의자를 구매해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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