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창 제향 목적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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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등재 9곳 연계 관리

함양군 함양읍 함양군청에서 북동쪽으로 승용차로 15분 정도 가면 수동면 남계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사적 제499호로 우리나라 최초로 유림들이 자발적으로 건립한 남계서원이 있다.

남계서원이 지난달 6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 유산위원회 총회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결정됐다. 이날 국내에 현존하는 9개 서원을 모두 유산 등재하기로 한 것. 국내에는 남계서원을 비롯해 안동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영주 소수서원, 달성 도동서원, 논산 돈암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등 9개가 남아있다.

이번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남계서원은 지난 2011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된 이후 2015년 1차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 자진 철회했다. 2018년 1월에 다시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하여 등재라는 성과를 이루어 냈다. 이에 남계서원의 현황과 유래 그리고 앞으로의 관리운영 등에 대해 살펴본다.

▲ 지난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결정된 국내 9개 서원 중 하나인 함양 남계서원 전경. /함양군
▲ 지난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결정된 국내 9개 서원 중 하나인 함양 남계서원 전경. /함양군

◇남계서원의 유래와 현황 = 경남에서 유일하게 세계유산에 등재된 남계서원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건립된 서원이다. 현재 사적 제499호로 지정되어 있다. 1552년(명종7년)에 개암 강익 선생이 함양군수의 지원을 받아 일두 정여창 선생을 제향하고자 창건을 시작해 1561년에 완공했다. 이 서원의 배향인물은 정여창, 정온, 강익 등 3명이다.

이 서원이 남계서원으로 이름 지어진 것은 서원 앞으로 흐르는 하천인 남계하천에서 따왔다. 1566년 명종이 '남계'라고 사액했다.

오늘날까지 현존하고 있는 제향 강학 교류 공간을 뒤에서 앞쪽으로 배치한 최초의 서원이자 전학후묘(前學後廟) 전통서원의 건축유형을 대표하는 곳이다.

특히 이 서원은 지방지식인인 사림에 의해 자발적으로 건립된 최초의 사례로서 서원의 향교화적 특징을 대표한다. 사림들에 의한 교육 교화 지역 지성활동의 정착과정을 보여준다.

현재 사당 강당 풍영루 등 총 10동 규모인 남계서원은 제향 강학 유식이라는 서원의 배치 정형을 제시해 한국 서원의 독창적 건축배치와 형식의 근간을 마련한 사례이다. 이후 건립되는 서원들은 남계서원에서 시도된 배치형식을 바탕으로 각 지역별로 건립하여 갔다.

남계서원은 창건부터 장기간 사림들의 기부 내역과 관련된 장부인 부보록이 남아 있어 서원의 재정기반을 이해할 수 있다. 지방관이 건립을 주도한 소수서원과 달리 순수한 민간인인 사림이 서원 건립과 운영을 주도하였다는 사실은 서원이 가진 자발적인 성격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서원 건립 당시 강원도에서는 메밀을, 바닷가에 사는 유림들은 소금을 보내 서원 건립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이 서원의 건립이 전국적으로 관심의 대상이었던 점도 보여준다.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훼손되지 않은 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1974년 경남유형문화재 제91호로 지정된 후 2009년 사적 제499호로 지정돼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

남계서원은 16세기 후반 임진왜란 때도 경남도의 의병을 주도하면서 성리학 지식인의 사회 리더 활동을 입증한다. 그 결과 이 서원은 일본군에 의해 전소했으나 전쟁 이후 곧바로 사림들의 노력으로 재건되었다.

현재 이 서원에서는 해마다 봄가을에 서원 제향을 올리고 있다.

▲ 서춘수(가운데) 함양군수가 남계서원에서 추기제향을 올리는 모습. /함양군
▲ 서춘수(가운데) 함양군수가 남계서원에서 추기제향을 올리는 모습. /함양군

◇앞으로의 관리와 운영은 = 현재 이 서원은 사단법인 남계서원에서 관리와 운영을 맡아 하고 있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관리와 운영에 크게 변화되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국내 9개 서원을 통합 관리하는 '서원 통합관리단'이 설치됐다. 문화재청은 서원관리단을 12월까지 법인화할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이 법인이 설립되면 이번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9개의 서원이 개별적으로 등재된 것이 아니라 9개의 서원 모두를 한 건으로 보고 등재가 된 만큼 9개 서원이 연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 세계유산등재가 9개 서원을 통합으로 관리, 운영, 홍보, 관광 등의 연계성을 선정 조건으로 하고 있어 서원관리단이 법인화하면 각 지자체에서 예산을 출연해 관리와 운영 그리고 홍보와 관광 등을 통합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원관리단에서 관리와 운영 그리고 홍보와 관광 등의 계획을 세우면 해당 지자체들은 자기들의 실정에 맞게 조금씩 변경은 가능하지만, 전체적으로 독자적인 계획 수립은 불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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