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작가 교류전 '빛과 공간'
21일까지 마산 창동24갤러리
각자 작품 세계 쉽게 풀어내

오랫동안 작업을 해온 중견 작가들이라 그런지 작품에 묵묵한 생의 궤적이 담겼다. 대체로 의미와 상징은 작가의 설명을 들어야 뚜렷하게 다가오는데, 왠지 이번 작품들은 직관적으로 그 뜻을 알아차릴 관람객이 있을 것도 같다.

창동예술촌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 2층 창동24갤러리에서 12일부터 열리는 '2019 빛과 공간'전. 창동예술촌 입주 작가인 장미숙, 송창수, 조지은 작가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성용섭, 임상문, 정창원 작가 등 6명이 참여했다. 지역 작가 교류전이라고 했지만, 이미 다들 아는 사이라니 우정 전시 정도가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갤러리로 들어서면 일단은 색감이 뚜렷한 정창원 작가의 작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양산과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부산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 미송 판자를 이용한 정창원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 미송 판자를 이용한 정창원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그는 미송(미국 소나무) 판자를 캔버스 삼아 작업을 했는데, 나무의 결, 특히 옹이 부분을 그대로 살린 게 멋지다. 전체적으로 색과 선이 선명해 눈이 환해진다.

그 옆으로 성용섭 작가의 추상화가 걸려 있다. 창녕에서 활동하는 작가다. 따뜻하고 산뜻한 색과 질감으로 표현됐지만, 나름 의미가 무겁다. 누구나 살면서 부딪치게 되는 어떤 벽이 있고, 그 벽을 넘어서려는 의지나 희망이 담겼다. 그런 의지를 상징하는 종이비행기의 상승감이 매력인 작품들이다.

▲ 벽을 넘어서 희망을 표현한 성용섭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 벽을 넘어서 희망을 표현한 성용섭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 동박새 모습을 그린 조지은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 동박새 모습을 그린 조지은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뒤로 돌면 조지은 작가의 동박새 그림이 있다. 그는 창동예술촌에서 '호연의 꿈다락'이란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녹색 계열만으로 색을 썼는데, 묘하게 화려하고 몰입감이 있다.

마산에서 활동하는 임상문 작가의 '비구'란 작품은 여러모로 재미가 있다. 민불을 모티브로 만든 것이다.

"옛날에 시골에 가면 그 동네에서 잘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 만든 부처 조각을 민불이라고 하거든요. 굉장히 비정형적이고 약간 미숙한 것 같으면서도 순수한 조형미가 있어요. 민불이 가진 이미지를 나름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만든 게 이 작품입니다."

▲ 민불을 모티브로 한 임상문 작가 작품 '비구'. /이서후 기자
▲ 민불을 모티브로 한 임상문 작가 작품 '비구'. /이서후 기자

아쉽게도 돌은 아니고 에프아르피(FRP) 복합재료로 만들었다. 여기에 오방색을 입혀 전통적인 느낌을 더했다.

임 작가의 민불 주변으로 목어(木魚)가 둥둥 떠 있다. 동학혁명에 참가한 민초들이 온몸을 던져 주장하는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다. 비구와 목어는 서로 다른 작품인데, 어쩌다 한 공간에 배치를 해보니 그것도 나름 괜찮아 그대로 뒀다고 한다.

창동예술촌에서 장미숙갤러리를 운영하는 장미숙 작가의 반추상 작업들도 흥미롭다. 우선 인간의 삶 전체를 한 장에 담은 작품 '마음의 향기 & 흔적'은 리아갤러리에서 몇 번 진행한 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여러 번 선을 뵌 것이다. 특히 나란히 걸린 소품들이 인상 깊었는데, 나름 사연이 있었다.

▲ 사라진 창동 담벼락을 소재로 그린 장미숙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 사라진 창동 담벼락을 소재로 그린 장미숙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창동예술촌 어느 골목 벽에 이렇게 풀도 나고 그런 공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어요. 그 공간을 이렇게 약간 추상적으로 표현해 봤어요."

그러고 보니 창동 오성사에서 리아갤러리 가는 좁은 골목 구석 담벼락이 바스러진 자리에 풀과 이끼가 자라면서 제법 운치가 있던 곳이 생각났다. 최근 창동에 생긴 롤러스케이트장 건물 뒷벽이라고 해야겠는데, 새 단장을 하면서 말끔하게 정리를 해버려 아쉬운 참이었다.

장 작가가 기와에 연꽃을 그린 작품도 운치가 있다. 새 기와는 공장에서 찍은 듯 매끈해서 적당한 기와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통도사에서 구한 기와라고 한다. 그 기와의 낡은 흔적을 그대로 살려 표현했다.

▲ 거리의 모습을 그린 송창수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 거리의 모습을 그린 송창수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마지막으로 송창수 작가의 거리 풍경과 인물화가 있다. 창동예술촌에서 '드세느 아틀리에'를 운영하는 이다. 정직한 인물화도 볼만하지만, 특히 창동 거리를 그린 듯한 작품에 계속 눈이 간다.

장미숙 작가의 담벼락처럼 지극히 지역적인 소재이지만 그 안에 어떤 정서적 보편성이 담긴 것 같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가 지역 작가의 작품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전시는 장미숙 작가가 기획했다. 장 작가는 앞으로 경남뿐 아니라 타지역 작가와도 함께 기획전을 열어 볼 생각이다.

전시는 21일까지. 관람은 무료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문의 장미숙 갤러리 010-3350-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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