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로 부실해도 예산 중앙 의존
주민과 밀접할수록 빨리 분권을

지난해 9월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 '자치분권 종합계획 수립'을 발표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자치분권 시행계획을 수립하였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국회 입법 발의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방 발전과 주민자치 강화를 위한 이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주택정책에서도 드러났듯이 이제 국가 정책을 시행할 때도 달리 해야 할 정도로 수도권과 지방의 생활환경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중앙정치에서는 지방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 부족, 지방 분권을 위한 발걸음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방 자치를 요구하는 이유가 단순히 생활환경 차이만은 아니다. 지역 문제를 스스로 풀고자 하나, 그 법적·제도적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관급공사 가운데 일정 지분을 지역 건설업체에 할당하는 문제다. 지방은 공개입찰을 통해서는 중앙에 본사를 둔 대형건설업체들에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를 고려해 지역업체 할당을 조례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거래 위반'이라는 이유로 추진할 수 없었다.

이처럼 지방분권과 관련한 제도적 변화가 쉽지 않은 가운데, 환영할 만한 소식이 들리고 있다.

최근 경남도·경남도경찰청의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그것이다. 2020년 자치경찰제 시범 운영을 거쳐 2022년에는 전국 시도로 확대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이후, 이 문제에 대한 검토와 준비가 발 빠르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난해 11월 경남도·도경찰청 간담회 이후 지난 7월 자치경찰 시범도입 공모신청 준비단 구성, 그리고 8월 7일 그 첫 번째 회의가 열렸다.

앞으로, 국가직·지방직 역할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검토, 도·도경의 협조 관계 정립,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찰 내부 국가직과 지방직 차이에 따른 공감대 형성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치 경찰 도입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에서 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어야 하는지 두 가지 예를 들고자 한다.

첫째, 얼마 전 학부모들과 관계 기관이 함께 통학로 개선 사업을 논의한 적이 있다.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찰 역할이 중요한데도, 이와 관련한 경찰 예산은 0원이었다. 전적으로 지자체 예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더구나 도에도 이와 관련한 예산이 편성되어 있지 않았다.

둘째, 셉테드(범죄예방 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주민 안전과 범죄 예방을 위한 사업은 당연히 지자체와 경찰의 공동 책임이다. 하지만 경찰은 지역 사업을 할 수 있는 자체예산이 없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예산을 전적으로 부담한다. 주민 역시 지자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재정·권한이 이원화된 구조로는 지역민과 밀접한 사안일수록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접근이 어렵다.

지방분권의 대표적인 제도가 자치 경찰제 도입이다. 시범사업 준비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시행이라는 마음으로 첫걸음을 내디뎌주길 간절히 바란다. 지방인으로서 지방분권 성공이 우리가 살아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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