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직접 언급·비판 자제
성찰 통한 미래지향 관계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대일 메시지'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던졌다.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15일 치러진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의 문 대통령 경축사는 어느 때보다 관심이 컸다.

이날 경축사에서는 일본에 대한 고강도 비판을 자제하고 과거사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자칫 양국이 '강대강 대치 장기화'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꼬이는 것을 경계하고, 사태의 해법을 외교적 대화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도 이번 사태를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며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것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을 압박하는 발언을 빠뜨린 건 아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 일본이 이웃나라에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기를 우리는 바란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일본과 함께 일제강점기 피해자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하고자 했고 역사를 거울삼아 굳건히 손잡자는 입장을 견지했다. 과거를 성찰하는 것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는 것"이라며 미래지향적 관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짐한다"며 '자강' 의지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우리 힘으로 분단을 이기고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 책임 있는 경제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리가 일본을 뛰어넘는 길이고, 일본을 동아시아 협력의 질서로 이끄는 길"이라고 했다.

경남도도 이날 오전 도청 신관 대강에서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독립유공자 유족과 보훈단체, 군인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기념공연 '독립군들의 활약과 해방', 광복회 경남도지부장 기념사, 독립유공자 유가족 표창 전수 및 격려금 증정, 경축사, 광복절 노래 제창, 만세 삼창 순으로 진행됐다.

김경수 지사는 경축사를 통해 "우리 미래 세대들이 역사에서 긍지를 느끼고 나라를 사랑하게 하는 힘은 보훈에 있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될 때쯤이면 우리나라도 평화롭고 정의로운, 그리고 번영되고 통일된 새로운 사회가 되어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는 "지금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1965년 수교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본 아베 정부의 삐뚤어진 역사인식이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는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내에도 자국의 우경화를 반대하는 평화·양심세력이 있다. 그들과는 관계의 끈을 이어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며 "인권과 평화, 인류애에 기초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씨앗들은 계속 가꿔나가야 한다. 동북아 평화를 염원했던 독립선열의 뜻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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