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일어날 경우 옥상 문은 주요한 대피 통로이다. 지난해 일어난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대형 화재에서 옥상으로 피신하여 화를 면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범죄 예방과 관리 상의 이유로 평소 옥상 문이 잠긴 건물도 허다하다.
화재가 일어날 경우를 생각하면 아파트 옥상 문은 상시 개방하도록 해야 하지만, 현행 소방 관련 법은 많은 허점을 안고 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공동주택, 근린생활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시설, 숙박시설, 공장 등 30종의 특정 소방대상물은 피난시설이나 방화구획, 방화벽 등을 폐쇄하거나 훼손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건축법 시행령에서 피난시설은 통상 5층 이상의 제2종근린생활시설 일부 옥상에만 적용된다. 또 4층 이하 주택 등은 특정 소방대상물에서도 제외되며, 법이 적용하는 건축물이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3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뿐이다. 법률에 적용받는 건축물이 제한적인 데다 처벌 수위도 매우 낮은 것이다.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범죄나 안전 문제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생각하면, 법률을 강화하여 아파트 옥상을 상시 열어두게 하는 것도 묘책은 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자충수를 풀기 위해 지난 2016년 국토교통부는 '주택 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주택 단지 각 동의 옥상 출입문에 화재 등 비상시에 잠김 장치가 자동으로 풀리는 비상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도록 했다. 주민의 평소 안전과 비상시 안전을 모두 충족시킨 해결책이긴 하지만, 법 개정 이후 지어진 아파트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 관한 한 법 적용의 예외를 두어서는 안된다. 신축 아파트뿐 아니라 2층 이상 모든 건물에 확대 적용될 필요가 있다.
소방 관련 법은 종류도 많고 내용도 복잡하다. 그러나 화재가 일어나면 피해는 매우 분명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화재는 연간 4만 건이 넘으며 인명 피해도 해마다 400여 명에 이른다. 재산 피해는 두 배가량 늘었다. 갈수록 화재 피해 규모가 커지는 만큼 소방 관련 법 정비와 개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