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에 대한 인정'확대 절실
다문화가족에 대한 편견 여전

몇 년 전, 국제관계학 전공 대학생과 결혼이민자 인터뷰에 참관한 적이 있다. 다문화사회와 다문화가족 이해를 위한 여러 질문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에서 생활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베트남 결혼이민자는 의아해하며 "한국 사람들은 참 이상해요. 늘 인터뷰에서는 '한국생활에서 힘들었고 어려웠던 경험'을 묻는 부정적인 질문은 빠지지 않아요"라는 답변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왜 당연히 힘들거라고만 생각하는지, 한국사람들도 결혼을 하면 서로 성장환경과 가족 내 문화가 서로 달라 적응하기 힘든 점이 있지 않나요? 다문화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는 '한국생활에서 가장 행복했던 경험'에 관해 질문을 받으면 좋겠어요"라던 결혼이민자의 말에 순간 눈이 번뜩였다.

이전에도 다문화가족 당사자와의 인터뷰가 수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실례되지 않는 범위에서 진행되도록 사전에 인터뷰 질문을 검열했었다. 하지만 한 번도 '왜 이런 질문밖에 하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결혼이민자 당사자 인터뷰 질문 단연 1위는 '한국생활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다. 우리도 모르게 자리 잡힌 다문화가족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은 다문화사회이며, 최근 다문화가족 장기 정착과 함께 학령기 자녀 비중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남은 전국에서 세 번째로 외국인주민(11만 6379명, 6.3%) 비율이 높다. 이 시점에서 '다문화사회 이해', '다문화사회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전환'은 절실하다.

얼마 전 '다문화가정 자녀 프로그램'에 비다문화가정 중등 자녀가 봉사자로 함께 참여한 적이 있다. 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친구들을 제법 만났을 법도 한데, 그 친구는 "아이들이 우리랑 똑같아요"라며 놀라 했다. 한국인처럼 생겼고, 한국어가 능통하다며 말이다. 사실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일 뿐이지 비다문화가정 자녀와 별반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나와, 우리와 다르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이런 생각은 비단 이 친구만이 아니다. 여전히 다문화가정 자녀를 외국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종사자로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경상남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도민 인식 전환을 위해 대상 및 연령에 따른 맞춤형 다문화인식개선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다름'에 대해 쉽게 다가가고자 유아, 초등 저학년 대상으로는 '다국가 체험 활동'을 통해 다양성을 전달한다. 초등 고학년 및 청소년기 대상으로는 '다름에 대한 인정'에서 확대해 '인권' 차원의 교육을 진행한다. 성인 대상으로는 다문화가족, 결혼이민자가 정다운 이웃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내용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교육과정 속에서 '다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동·청소년층과 달리 성인들은 다문화·다양성을 경험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올해는 다국가 결혼이민자와 한국전력 경남지역본부 직원이 함께하는 '꿈꾸는 다(多)·락(樂)·방'을 이달부터 12월까지 시행한다. 세대별 다문화인식개선 교육에 대한 갈증을 이번 '꿈꾸는 다·락·방' 사업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크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