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 뭉쳐 일본 꾸짖지 못해 벌어진 싸움
정부, 단합으로만 이길 수 있음을 모르나

언론 표현대로 '한일 경제전쟁' 발발 이후 온 국민 관심사는 그야말로 한일 문제다.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본색이 드러나고, 내부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친일·반친일로 입에 거품을 무는 형국이다. 국민은 일본에 대한 거부운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으니, 관심 없다는 건 국민 된 도리가 아니게 되었다.

이번 일로 우리 국민은 일본과 대한민국이 현해탄이라는 현실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가 훨씬 멀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이것에 비하면 경제적 충돌은 새발의 피일 수도 있다. 흔히들 일본 혐한은 극소수 국우주의자들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적어도 일본 국민의 절반 넘는 이가 우리나라에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국내외 학자들이 그 현상은 '일본이 제국주의에 대해 단 한번의 사과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후 일본은 한일협상에 의한 보상을 하긴 했지만 피해를 입은 국가 대한민국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사과는 자국민에게 솔직하게 과거를 털어놓고 그 국민과 함께 사과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가장 앞장서서 따져야 할 우리나라는 어땠는가? 미국의 신세를 져서 동란과 보릿고개를 넘어 산업사회로 발전해 오면서 국민의 힘을 모아 일본에 책임을 물은 적도 없거니와 미국에 잘못된 전후 처리를 따지지도 못했다. 살기에 빠듯했고 북한과 죽기살기로 대결하면서도 이만큼 발전했으니 그렇게 살아온 것에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는 재미에 묻혀 살아도 국가적 자존심은 살아 있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일본 차 수입은 1조 원이 훨씬 넘는데 일본은 고작 40여억 원 정도란다. 우리 생활 주변에도 왜색이 짙게 자리 잡고 있다. 그 가교 역할을 한 것을 대표적으로 들면 한동안 일본베끼기에 열중했던 미디어이다.

그러나 일본은 어떤가? 농산물과 해산물을 사 갈 뿐 일상생활용품은 거의 한국산을 쓰지 않는다. 자기네들 것이 질이 좋아서라고 하지만, 중국산 없이 살 수 없다고 하니 원래부터 한국산은 싫었던 것이다.

지금 상황은 대한민국이 일본을 꾸짖고 책임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었으며 일본은 과거사를 뉘우치려고 해도 그럴 수 없게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젊은 층은 일본과 제국주의에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피상적으로 아는 데 그쳐 있다. 무엇보다 국민 대다수는 일본을 뿌리부터 싫어하지만 아픈 과거를 되새기려고 하지 않는다. 일본의 젊은층들은 자신들이 전범국가 국민이라는 사실도 부정한다고 한다. 일본 최고 영웅이 이토 히로부미이다.

기왕에 벌어진 싸움이니 져서는 안 된다. 흐리멍텅한 물타기로 현상유지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불매운동도 있어야 하고, 정부 또한 이기도록 국민을 이끌어야 한다. 현상은 경제전쟁이나 명확히 말해 한일관계는 해방 이후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가 뭉쳤으면 전후 일본 처리를 결정한 샌프란시스코 회의에 참석하지는 못했을지언정, 이후 사할린 동포 문제 등 참담한 대접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적을 이기려면 내부 단합이 기본이다. 정부와 여당은 친일 몰이로 국민을 현혹해서는 이 싸움에 이길 수 없다. 생각이 달라도 손해를 보는 것이 있어도 함께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 대한민국은 질 수 없는 싸움을 하는 것이 된다. 삼척동자도 알 만한 것을 이 정부만 딴 길로 가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결국 또 모든 걸 국민이 감내하고 국민이 해결해야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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