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두달 전 민원접수 이후 경찰 수사의뢰…여전히 행방 묘연
주민 "총선 출마자·풍수지리 관련 피해자 소행 등 소문만 무성"

거창군 가조면 우두산 장군봉 표지석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돼 소문이 무성하다.

군에 따르면 지난 6월 11일 장군봉 표지석이 없어졌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같은 달 13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실제로 표지석이 감쪽같이 사라져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등산로 관리 인력을 동원해 인근 지역을 샅샅이 찾았지만 흔적조차 찾지 못한 상황이다.

우두산 장군봉은 해발 953m로 기암괴석과 낭떠러지가 이어진 험한 산줄기에 자리 잡고 있다. '배를 타고 전진하는 장군상'을 하고 있는 표지석은 2015년 거창군이 3개월 동안 1474만 원을 들여 제작해 설치했다. 화강암 재질로 무게만 1.5t에 이르며, 당시에는 헬기를 이용해 옮겼다.

▲ 거창 가조면 우두산 장군봉에 있었던 표지석 모습. /거창언론협동조합
▲ 거창 가조면 우두산 장군봉에 있었던 표지석 모습. /거창언론협동조합

군 관계자는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으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특정할 단서는 없지만 무속행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표지석을 낭떠러지로 밀어 떨어뜨린 상황을 고려해 인근 지역을 수색했지만 특별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아직 사건의 단서를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표지석을 찾을 계획이다. 낙엽이 지는 가을쯤 드론을 활용해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장군봉 낭떠러지 주변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표지석이 사라진 시기는 지난 4월 숲길 등산 지도사가 표지석을 촬영한 사진이 남아있는 것이 확인돼 4월부터 민원이 접수된 6월 사이에 없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장군봉 인근이 워낙 험한 탓에 표지석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훼손하려면 장비나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행정당국에서는 아직 그러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더구나 지난 4월과 6월 사이에는 표지석이 사라질 만한 자연재해 등도 없었다.

현장을 다녀온 여러 관계자도 "표지석을 깨뜨려 산 아래로 떨어뜨리거나 다른 장소로 옮겼다면 확인이 쉽지 않다. 표지석을 발견하더라도 범인을 검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지난 4월부터 6월 사이 감쪽같이 사라져 빈 터만 남은 현재 모습. /거창언론협동조합
▲ 지난 4월부터 6월 사이 감쪽같이 사라져 빈 터만 남은 현재 모습. /거창언론협동조합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주민들은 누군가가 표지석을 옮기거나 파손해서 없앤 것이 분명한데, 왜 이 같은 일을 저질렀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무속 행위로 표지석이 훼손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거창읍에 사는 한 주민은 "최근 내년 총선에 출마할 뜻이 있는 출마 예상자가 산의 기운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무속인 말을 믿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돌고 있다"며 "묫자리 등 풍수지리와 관련해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의 소행이라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거창문화원 조재원 학예사는 "하루빨리 사실 관계를 밝혀 소문으로 말미암은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풍수지리 사상은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균형을 찾는 사상"이라고 강조했다.

장군봉이 있는 우두산은 거창군 가조면과 가북면에 걸쳐 9개 봉우리를 품고 있다. 일본 개국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장군봉은 옥황상제의 딸과 사랑에 빠진 장군에게 형벌을 내려 산이 됐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장군봉은 의상봉, 처녀봉, 바리봉과 함께 빼어난 산세를 뽐내고 있어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거창군의 대표적인 등산 코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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