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4월부터 전수조사
19개 학교 23건 잔재 그대로
일본인 교장 사진·교목 퇴출
우리얼 살리기 교육 추진도

오는 15일은 74주년 광복절입니다. 지금은 일본이 우리나라 법원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판결을 이유로 우리 경제에 부당한 공격을 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국내에서는 반일, 극일, 반아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내부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는 어떤 것인지 살펴보는 시각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때마침 경남도교육청이 도내 학교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를 전수 조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를 조금 더 자세히 취재하여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4월 일제 강점기에 일제를 상징하는 교목·시설물, 친일 음악인이 참여한 교가, 일제식 교단 언어 등을 청산하고자 '일제 잔재 청산', '우리 얼 살리기 교육 사업' 등을 시작했다. 앞서 도교육청은 지난 2월 본청 중앙 현관 앞 일본 가이즈카향나무를 뽑아내고, 국산 소나무로 교체했다. 도내 초·중·고교 전수조사를 해서 △교목 교체 △친일작곡가 교가 교체 △일제강점기 학교장 사진, 동상 등 시설물 철거 △일제식 교단 언어·제도 정비 등을 할 예정이다. 13일 도교육청은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수조사에서 학교 측이 일본 교장 사진(5개교), 친일(논란) 음악인이 만든 교가(5개교), 일본 가이즈카향나무 교목(10개교), 일제식 교단언어(1개교) 등이 남아있다고 밝힌 학교는 19개교 23건으로 나타났다.

▲ 1경남도교육청이 지난 2월 16일 본청 입구에 있는 가이즈카 향나무를 뽑는 장면. 도교육청은 가이즈카 향나무 대신 국산 소나무를 새로 심었다. /경남도민일보 DB
▲ 1경남도교육청이 지난 2월 16일 본청 입구에 있는 가이즈카 향나무를 뽑는 장면. 도교육청은 가이즈카 향나무 대신 국산 소나무를 새로 심었다. /경남도민일보 DB

◇일본 교장 사진 교체 = 일본 교장 사진이 복도, 교장실 등에 걸려있던 학교들은 사진을 대부분 철거했다. 거제 장목초·옥포초·창원 성호초·합천 청덕초 등이 일본 교장 사진을 교체했거나 교체할 예정이다.

거제 장목초는 1층 복도, 거제 옥포초는 교장실, 창원 성호초는 역사관, 합천 청덕초는 본관 중앙현관 벽면에 일본 교장 사진이 각각 걸려있었다. 장목초, 옥포초, 청덕초는 일본 교장 사진을 떼어냈다. 일본 교장 사진 자리에는 이름만 따로 적어뒀다.

장목초교 관계자는 "학교는 1931년 개교해 올해 88년이 됐다. 1층 중앙현관에 들어서서 왼쪽을 돌면 바로 역대 교장사진이 진열돼 있다. 최근 일제 잔재 청산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일본인 교장 3명 사진을 떼어내고 간단하게 이름만 남겨서 학교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호초교는 역사관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어서 아직 사진 철거 등을 진행하지는 않은 상태다.

▲ 거제 장목초교가 일본인 교장 사진을 철거한 모습. /거제 장목초
▲ 거제 장목초교가 일본인 교장 사진을 철거한 모습. /거제 장목초

◇친일음악인 만든 교가 교체 예정 = 친일음악인 현제명, 최남선, 조두남 등이 만든 교가를 오랜 기간 불러온 학교들은 학생, 학부모, 동창회 등 교육공동체와 함께 교가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남해중 교가에 현제명(작곡), 의령중 교가에 현제명(작곡), 최남선(작사), 창원 내서중·성호초 교가에 조두남(작곡)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의령중 측은 "학부모 등과 교가 교체를 논의하고 있다. 반대 의견도 있어서 단기간에 교체를 하기는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쳐서 교가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내서중은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교가 교체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내서중 관계자는 "TF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학교 역사가 길다. 단위 학교 차원에서 곧바로 교가를 바꾸기가 힘들다. 동문회 의견 수렴 등을 거쳐야 하고 예산도 필요한 부분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 지난 5월 1일 학교 역사관에 걸린 일본인 교장 사진을 교체한 거제 옥포초. /거제 옥포초
▲ 지난 5월 1일 학교 역사관에 걸린 일본인 교장 사진을 교체한 거제 옥포초. /거제 옥포초

◇가이즈카향나무 교체도 잇따라 = 일본 가이즈카향나무를 교체하는 작업은 학교별로 잇따라 진행됐다.

창원 교방초·진전중·합천 야로고가 가이즈카 향나무를 교체하거나 교목을 변경했다. 밀양 부북초·의령초·창원 명서중·창북중·하동 옥종중·함안 문암초 등이 가이즈카향나무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진전중은 7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교목을 향나무에서 소나무로 바꿨다. 향나무를 베어내지는 않고 학교 상징을 교체했다.

야로고는 지난 5월 학교에서 기르던 가이즈카향나무를 전나무, 소나무로 수종을 교체했다.

◇향후 계획 = 도교육청은 '일제 잔재 청산 교육 사업'과 함께 '우리얼 살리기 교육사업', '3·1운동 정신계승 민주시민교육' 등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우리얼 살리기 교육사업'으로 역사교원 역량강화 연수, 우리말 학교 이름 짓기 운동, 경남학생독립운동사 발간 등을 준비하고 있다. '3·1운동 정신계승 민주시민교육'으로 교육사업, 다크투어리즘(현장체험학습), 역사교육 현황 전수조사 등을 펼친다. 역사교육 현황 전수조사 자료로 도내 학교 소녀상 설치 현황도 집계했다. 도내 중·고교, 기관 등 42곳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역사교육 관련 동아리는 초등학교 20개교(575명), 중학교 68개교(1039명), 고등학교 116개교(1857명) 등 204개교(3471명)에서 참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사업을 진행하고자 민족문제연구소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TF팀도 구성했다. TF팀은 역사교사 등 내·외부 인사 9명으로 꾸렸다.

사업을 담당하는 조정희 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는 "상반기에 도내 학교 일제 잔재 전수조사를 했지만, 학교별 응답이 미흡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 다시 전수조사를 보완해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내년까지 일제식 교단 언어, 제도 정비를 위한 자료집 개발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교생활 속에서 일제 잔재가 무엇인지 더 살펴보고 청산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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