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부모·동창회도 참여 '정원 독립행사'
1년간 진행하는 민주주의수업 첫 프로젝트
일본 향나무 베고 백일홍 등 33그루 심어

교사, 학생, 학부모, 동창회 등 교육공동체가 한마음이 되어 1년간 일제 잔재 청산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가 있다.

창원 교방초는 3·1독립만세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올해 '학교 정원 독립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는 교내에 있는 일본 가이즈카향나무를 베어내고, 동창회가 기증한 나무를 심는 행사를 올해 1학기 시작해 2학기까지 이어간다.

'학교 정원 독립' 행사는 6학년 학생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수업으로 지난 3월부터 사전 준비를 했다. 이 학교는 지난 4월 3일 기존 가이즈카향나무 21그루 중 1그루만 역사 상징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잘라냈다. '가이즈카 솎아내기'라는 이름을 붙였고, 학생 풍물단이 공연을 하면서 고사를 지낸 후 나무를 벴다.

이날 조종래 학교운영위원회 대표는 "1919년 3·1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올해로 100년, 대한민국 자주독립을 위한 임시정부 수립도 올해로 100년이다. 그런데, 식민 지배를 기념하는 의미를 가진 가이즈카향나무가 교정에서 자라고 있다. 조국 독립을 위해 고문받고 죽어간 순국영령 앞에 사죄드린다. 민족의 정기를 바로세우고자 가이즈카향나무를 교정에서 솎아내고자 한다"는 고사문을 읊었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초등학교가 학교 중앙현관 양쪽 옆에 심겨 있던 일본 가이즈카향나무를 뽑아내고 심은 백일홍을 양재욱 교장이 가리키고 있다. 왼쪽 가이즈카향나무는 학교 병설유치원 옆 한쪽 구석에 한 그루를 남겨 두었다.  /박일호 기자 iris15@
▲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초등학교가 학교 중앙현관 양쪽 옆에 심겨 있던 일본 가이즈카향나무를 뽑아내고 심은 백일홍을 양재욱 교장이 가리키고 있다. 왼쪽 가이즈카향나무는 학교 병설유치원 옆 한쪽 구석에 한 그루를 남겨 두었다. /박일호 기자 iris15@

가이즈카향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학생들의 수요 조사로 선정한 백일홍 등 33그루가 자리 잡았다. 동창회가 독립선언서의 33인을 생각하며 이를 상징하는 나무 33그루를 기증했다. 여기에다 한 학생의 할아버지 이재석(74), 외할아버지 이용백(69) 씨가 각각 자유와 평화를 기원하며 소나무 2그루를 기증했다. 이재석 씨는 1945년 광복이 되던 해에, 이용백 씨는 1950년 한국전쟁이 나던 해에 태어났다. 이재석 씨는 '외세에 맞서 정의롭게 항거한 자주의 정신으로 우리 아이들이 평화통일된 새 나라의 주인이 되길 바란다', 이용백 씨는 '학생들이 뛰어노는 삶의 터에서 아픈 역사를 딛고 새 세대가 당당하게 자라나길 소망한다'는 글을 남겼다.

학교는 오는 10월 13일 동창회 체육행사 때 나무 이름표를 달고 기념비를 세우는 제막식을 할 예정이다. 기념비에는 총동창회가 '일본의 향나무를 솎아내고 오랫동안 꽃을 피우는 백일홍 등 33그루의 나무를 심어 다시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니 그 가르침의 향기가 100년을 넘어 1000년을 이어가길 소망한다'는 내용의 글을 새길 예정이다.

학생들은 2학기에 새로 심은 나무에 지역 독립운동가 이름을 붙이고 소망을 담은 글을 달아 가꿔나갈 계획이다. '우리 조상님들이 희생한 만큼 우리 아픈 역사가 잊히지 않길 바랍니다'라는 등의 글을 준비했다.

양재욱 교장은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한 이번 활동은 1년간 진행하는 민주주의 수업의 첫 프로젝트다. 학생, 학부모, 동창회 등 교육공동체가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해 그 의미가 크다"며 "학생들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정의롭게 살아가셨던 분들에게 깊은 존경을 가지는 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공동체가 서로 뜻을 모으고 협력해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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