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은 종종 어떻게 찍었느냐보다 왜 찍었는가를 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떻게'와 '왜'를 따로 놓고 볼 수 있을까? 지난 9일부터 창원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전시실에서 열리는 사진전 '풍경 너머의 풍경'과 진주 루시다 갤러리 사진전을 보며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풍경 너머의 풍경 = 누구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풍경을 찍어대는 시대에도 풍경에 대한 사진가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사진가들은 그저 좋은 구도와 예쁜 색감을 넘어 저마다 작가주의를 추구한다. 그래서 풍경 너머의 풍경이란 제목을 쓴 것이다. 이는 풍경에 대한 접근 방식의 문제인데, '어떻게'와 '왜'라는 것이 이 과정에서 드러난다.

"이번 전시는 같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풍경을 다른 식으로 접근하는 작가를 모아보자, 이왕이면 경남 지역 작가들의 작업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준비했어요."

전시를 기획한 이주한 순천대 사진예술학과 교수의 말이다. 이번 전시에는 이 교수를 포함해 문도실(진주), 윤정석(진주), 손묵광(창원), 박진명(서울), 오종은(서울·춘천), 지성배(순천·서울) 작가가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이주한 교수의 작업 방식을 보자. 그의 작품은 그의 작업실에서 보이는 무등산을 찍은 것이다. 대형 필름 카메라로 무려 1000일 동안 같은 풍경을 담았다. 이번 전시에는 그중 두 장을 골라 걸었다. 생각 같아서는 느낌이 다른 사진을 더 많이 가져다 놓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지금 두 장도 대비가 확실해 인상적이다.

진주 진양호를 소재로 한 문도실, 윤정석 진주 지역 두 작가의 작업도 이채롭다. 물에 잠긴 나무와 그 나무가 수면에 비친 모습을 담은 문도실 작가의 흑백 사진들은 무엇보다 작업 방식이 독특하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것을 다시 필름화해서 암실에서 옛날 방식으로 인화(은염 인화)한 것이다. 윤정석 작가는 그만의 색감을 개발했다. 진양호 주변 콘크리트 다리나 철교 같은 인공 구조물을 찍은 그의 사진들은 오래된 컬러 필름 사진 같은 느낌이 난다. 정확하게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필름으로 찍으면 나오는 색감인데, 디지털 카메라로 풍경을 찍은 후에 비슷하게 조정한 것이다.

한지에 인화한 손묵광 작가의 작품들은 현대적으로 해석한 전통 한국 풍경화 같은 느낌이다. 한지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그 질감에 잘 어울리는 색채로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준다. 또 오종은 작가는 산업화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자연 풍경을, 박진명 작가는 마천루 가득한 서울의 전형적인 도시 경관을, 지성배 작가는 굵은 입자와 대비로 어둠이 내린 순천만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전시는 31일까지. 문의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055-222-2155.

◇여행자의 풍경 = 여행가에게 풍경은 지독한 현실이다. 여행이라는 특성상 지금이라는 순간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자는 풍경 속 사람들의 일상 밖에 있는 존재, 결국 풍경을 발견하는 건 풍경 속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여행자일 수밖에 없다. 9일부터 진주 루시다 갤러리에서 열리는 박영훈 사진전 '야암의 여행과 사진'에서도 여행가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박영훈 작가는 교사로서 정년퇴직을 4년 앞둔 2014년 명예퇴직을 하고서 50개국을 돌아다닌 여행가다.

"여러 여행지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삶 속에 뛰어들어 카메라 프레임을 통해 수년간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다 보면 간혹 내 삶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여행을 떠나면 평소의 익숙한 장소와 사람들 속에서는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내면의 또 다른 내가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낯선 여행지의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일기처럼 찍은 사진이라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삶의 모습들이 더욱 진실하게 드러난다.

전시는 22일까지. 문의 루시다 갤러리 055-759-7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