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인증숏, 파리의 매력 덕에 가치
랜드마크의 효용성 '도시 매력'에 있다

지인이 파리 에펠탑(Eiffel Tower) 앞에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facebook)에 올렸다. 글로 따로 적지 않은 대신 사진으로 하고 싶은 말은 분명했다.

"여기 프랑스 파리다. 나 파리 여행 중이다."

댓글로 국내 송전탑 사진을 하나 검색해서 올렸다. 짓궂게 '프랑스 파리가 아닌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긴 셈이다. 그는 얄팍한 시기·질투를 이모티콘 하나 덧붙이는 것으로 비웃었다. 송전탑 사진을 빼면 나머지 댓글은 부러움 일색이었다. 어디를 들러 보라거나 뭐가 맛있다 같은 조언도 이어졌다. 시기에 눈먼 자에게는 조언을 위장한 귀여운 자기 과시처럼 보이는 글도 있었다. 어쨌든 지금 기억으로 에펠탑 관련 언급은 송전탑 이미지가 유일했다.

이후 상당히 시간이 흐른 뒤 만난 지인과 대화에도 에펠탑은 없었다. 1889년에 건축했고 이 해가 프랑스혁명 100주년이었으며 이를 기념해 세계 박람회가 열린 사실도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324m 높이에 놀라는 이도 없었다. 대화는 프랑스 파리 거리에서 느낌, 광장에서 인상, 사람에 대한 호감, 음식과 박물관으로 다채롭게 이어졌지만 에펠탑은 비켜갔다.

에펠탑 사진은 파리를 다녀온 증거로 무엇보다 유용했다. 그가 극찬한 음식을 제공한 식당 사진은 아무리 봐도 프랑스 파리와 연결하기 어려웠다. 거리 사진은 유럽 어느 도시에 갖다 붙여도 구별할 길이 없었다. 그래도 에펠탑이 지닌 유용함은 파리가 지닌 매력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 사실 그 매력은 1889년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대로다.

창원시가 이순신 타워(높이 100m)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어 200억 원 예산 효용성을 따지는 논란이 진행 중이다. 지역에 좋은 구경거리(랜드마크·land mark) 하나 있으면 사람이 몰리면서 지역 수익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낙관은 직관적이며 따로 설명을 더할 게 없다. 반대하는 목소리는 관 주도 토건사업에 대한 거부감과 지난 비슷한 사업에서 확인한 학습효과에서 비롯한다.

"좋은 구경거리 하나 있으면"이라는 낙관은 "그런 사업에 쓸 예산 있으면"이라는 비관과 대칭을 이룬다. 행정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이 향하는 가장 비극적인 결론은 이렇다.

"일단 추진하고 결과를 보고 나서 평가하자."

잘 되면 자치단체장 성과, 안 되면 우리 불운으로 정리되는 행정이다. 자치단체장이 일 처리를 우격다짐으로 할 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랜드마크, 특히 우리 지역에 들어서는 랜드마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접자. 토건사업을 향한 체질적인 거부감도 잠시 접자. 그러고 나서 질문을 바꿔봤으면 좋겠다.

"창원시는 매력적인 도시일까? 내가 창원시를 다녀왔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반드시 증거로 남기고 싶을 만큼 매력이 넘치는 도시일까?"

여기에 자신 있는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0억 원은 그저 '인증숏을 위한 인증숏 예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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