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경남의 재발견>이라는 기획을 했다. 이승환·박민국 기자와 함께 도내 18개 시·군을 모두 돌아다녔다.

'최치원'은 지역 곳곳에 흔적을 남기며 그 이름을 새겨두고 있었다. 또 하나, '이순신'은 바다 낀 고장에서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창원·고성·통영·거제·남해·사천…. 그 형태는 공원·유적지 등 다양했다. 동상은 그중 가장 흔한 것이었다. 창원 진해 북원로터리, 통영 이순신공원, 사천 노산공원·대방진굴항·모충공원 등. 이들 동상 속 이순신은 하나같이 위엄있는 모습이었다. 기골장대함으로 강렬한 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나는 때때로 무서운 눈매에 시선 두는 게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생소한 이순신을 만났다. '통영 남망산공원'에서였다. 여기 이순신 동상은 처음 보는 이에게 '어, 우리가 아는 이순신 장군 맞아'라는 말을 하게끔 했다. 체구는 매우 왜소했다. 어깨가 좁아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갑옷도 웅장하지 않았다. 칼은 길기만 할 뿐, 그리 매섭게 다가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런 이순신 모습이 매우 낯설었다. 그런데 좀 더 보다 보니, 되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곳 동상은 또 한 가지 특징을 두고 있다. 대부분 동상은 정면을 향하고 있다. 여기는 왼쪽으로 조금 틀어져 있다. 자세히 보면 왼발을 조금 든 채 고개와 시선 역시 왼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 눈빛을 따라가면 한산도가 나오고, 그 너머로 일본이 나온다. "이순신 동상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곳은 이곳 통영 남망산공원이다." 취재 다녔던 3명은 이런 결론을 내리는 데 이견을 두지 않았다. 여기 이순신 동상은 전체적으로 초라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소박함이 되레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동상 자체는 자세히 봐야만 알 수 있는 섬세함까지 품고 있었다.

최근 창원시의 '이순신 초대형 타워' 논란을 접하면서 잠시 떠오른 옛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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