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평가 항목 속 '정신자세·용모'
포괄적·주관적·차별적 공고 충격

필자는 평소 경남연구원(구 경남발전연구원)의 연구보고서를 자주 찾아본다. 우리 경남의 현안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정책 제안 등은 우리 경남의 싱크탱크라 불릴 만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7일 경남연구원에는 한 건의 채용 공고문이 게시되었다. 필자와 같은 노사관계 전문가를 비롯해 총 4명의 연구원을 5급 사무관 상당의 대우로 채용한다는 공고문이었다. 공고문을 읽어 보던 필자는 큰 실망을 했다. 1차 전형은 형식·내용상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2차 전형 내용은 그야말로 시대착오를 넘어선, 현행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조건들이었다. 특히 성인지 감수성을 무시한 차별적 조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공고문에는 '2차 시험: 면접심사(1차시험 통과자) ※전공분야 연구수행계획서(경상남도 대상) 발표 및 연구원으로서의 정신자세, 전문지식과 응용능력, 의사발표의 정확성과 논리성, 창의력·의지력 등 발전가능성, 용모·예의·품행 및 성실성에 대한 평가'라는 내용이 있다.

문제는 '연구원의 정신자세와 용모'의 평가다. 이는 고용정책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크다. 고용정책법 제7조 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해 놓았다. 또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 2항은 '사업주는 여성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그 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해 놓았다.

연구원의 정신자세는 계량화된 객관적 지표가 아니라 포괄·주관적 기준이다. 이는 개인의 종교·정치·학문적 신념에 따라 차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용모 평가는 두말할 것 없는 금지사항이다.

필자가 이렇듯 경남연구원 채용공고문에 관심 둔 것은 이유가 있다. 경남연구원은 전문가 집단이고, 도내 여성 복지·권익증진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며, 가족·노인·청소년 등 복지 관련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남연구원이 자신들 채용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무시한 차별적인 채용조건을 내걸었다. 외적 요인에 대한 평가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넘어 성인지 감수성 문제이고, 인사권 사유화 수단이 된다. 물론 백번 양보해 이번 공고문은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남연구원에는 이런 실수가 용납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남연구원은 공공기관이자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필자는 이번 채용공고가 실수이기를 바란다. 만약 이것이 경남연구원의 진짜 실력이라면, 필자와 경남도민은 경남연구원 존재 가치에 의문을 두게 될 것이다.

경남연구원은 사과와 채용공고 수정을 통해 자신들 잘못을 인정하고 성장해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사실 필자는 경남연구원을 응원한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은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고 했다. 경남연구원도 이번 일을 도약의 계기로 만들기 바란다. 필자와 같은 이런 관심이 경남연구원 존재의 이유 중 하나임을 잘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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