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Spent nuclear fuel)'는 원전에서 전력 생산을 끝내고 원자로에서 인출한 핵연료다. 방사능이 강하고 높은 열을 내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에 해당한다. 바로 앞에서 0.02초만 쬐면 치사율 100%인 고독성 핵폐기물이다.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이 1% 들어 있어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은 미국 승인 없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25기 원전에서 매년 750t 정도의 사용후핵연료를 배출한다. 4개 원전에 임시 보관 중인 총량은 1만 7000t이다. 원전 내 수조에 임시 보관 중인데, 포화상태가 임박해 처분장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관련 법령이 미비하고 처분장 선정도 안 된 상태다. 박근혜 정부 때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해 50년 정도 임시 저장하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그 과정이 비민주적이었다.

이에 현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분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해 논의 중이다. 영구처분장을 건설하려면 오랜 기간 지질조사, 심층수 조사, 지진 발생 가능성, 주민 동의 등의 절차가 필요하기에 중간저장시설을 우선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이 운영된 이후 60년 동안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처분을 연구하였으나 심층처분 외 방법을 찾지 못했다. IAEA 규정으로는 지하 500m 이상의 깊은 곳에 보관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것도 충분히 안전하지 못하다고 지하 5km 이상의 초심층 처분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네바다 사막에 영구처분장 건설을 착공했으나 심층수가 발견돼 포기하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유일하게 핀란드에서 처분장을 건설 중에 있는데, 바위를 지하 500m까지 뚫고 옆으로 1200m 또 뚫어 저장고를 만든다. 관리기간이 무려 10만 년이다.

일본 역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이 없고 터조차 정하지 못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핀란드 처분장을 방문한 후 탈원전 전도사로 변했다. 일본은 지진이 많아 안전한 처분장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는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과 몬주 고속 증식로를 건설하는 데 40년간 120조 원을 투입했으나 실패했다.

우리나라는 2년 전 고리1호기를 영구 정지했고 현재 냉각 중이다. 곧 사용후핵연료를 인출해야 하지만 처분할 방법이 없다. 원전은 화장실 없는 고급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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