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 들여다보고 마침내 무심에 이르면
무더위도 심란함도 잊은 여름밤 되리니

한여름 가마솥 불볕더위가 온 산하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같은 찜통더위에 피서객들은 산과 바다를 찾아 더위를 식히기에 바쁘다. 특히 요즘 들어서 국민들은 심기가 여간 편치 않다. 일본이 한일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가목록)'에서 한국을 제외시키는 법안마저 통과시켰다. 결국은 접점을 못 찾은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신심불이(信心不二) 불이신심(不二信心) 언어도단(言語道斷) 비거래금(非去來今)이로다. 믿는 마음은 둘 아니요, 둘 아님이 믿는 마음이니 마치 언어의 마음이 끊어져서 과거 미래 현재가 아니로다. 중생들은 세상을 살면서 꿈속에서 사는 줄을 모른다. 꿈속에서 깨어난 사람이 아니면 꿈을 꾸는 것인 줄 모르는 것과 같이 마음을 깨친다 하는 것도 실지로 마음의 눈을 떠서 깨닫기 전에는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마음을 깨친다는 것은 무심(無心)을 증득(證得)하는 것이다. 무심을 증득하면 거기에서 큰 지혜광명이 생기고 대자유가 생기는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꿈을 깬 사람 즉, 마음의 눈을 뜬 사람이 되어 마침내 대자유자재한 활동을 하게 된다.

참으로 허공보다 더 깨끗한 일체의 선과 악이 다 사라진 자리로서 청정한 자기를 바로 보게 된다. 세월은 번개같이 빠른 것 어찌 세월을 아끼지 않을쏜가. 생과 사가 호흡 한 번 찰나이거니 아침저녁 보존하기가 어렵다네. 곤(困)하면 다리 뻗어 잠자고 배고프면 입맛대로 먹을시고, 정진에 정진을 더하여 마음자리 성성적적 고루 갖소. 선(禪)은 발심한 자의 소유물이니 고생하고 노력 없이는 성취할 수 없다. 발심(發心)은 부처와 조사의 어머니요, 공덕의 탑이 되나니 모든 성현이 이로 쫓아 나오기 때문이다.

한여름밤 무더위에 지쳐 잠 못 드는 날이면 무정의 법문을 통해서 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은 피서의 한 방법이다. 바람 부는 것도, 물 흐르는 소리도, 저렇게 나무가 자라는 것도, 새가 날아가는 것도, 꽃이 떨어지는 것도 모든 것이 법문 아닌 것이 없다. 내 마음이 있으므로 땅도 있고 하늘도 있고 하늘 가운데 만물도 있고 하는 것이지 내 마음이 없으면 무엇이 자리하겠는가? 참(眞)자기를 잊어버리지 않는 사람은 언제나 본심을 등지지 않는다. 내 본심을 등지고 그림자를 나로 믿고 산다면 평생을 후회와 절망에 빠져 허덕일 수밖에 없다.

비록 무정설법(無情說法)이지만 꽃이 피고 지고, 새소리 바람소리 등을 듣고 내 본심을 깨닫게 된다면 반드시 뜻하는 바 소원성취는 물론 시원한 여름밤을 만끽하리라.

참으로 도(道)란 텅 비어 공(空)하면서도 끊임없이 이 세상 만물을 창조해내는 위대한 어머니이다. 도는 언제나 그대 마음속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도로써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어떻게 도가 이 세상 만물을 창조할 수 있을까? 입차문내(入此門內) 막존지해(莫存知解), 만일 이 문에 들어서거든 일체 생각을 내지말라. 높은 하늘은 항상 푸르고 물은 바다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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