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보험 체계는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와 국가에서 지급하는 국고지원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에는 의료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라 국민 의료부담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법으로 규정한 국고지원금 비율에 못미치게 지원을 해서 결과적으로 의료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면, 이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재정의 20%에 대해 국가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법규는 그동안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 국고지원금 산정기준이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과소 추계로 이어지고, 단서조항으로 국가가 건강보험 지원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밝힌 내용을 보면, 정부가 부담한 국고지원금은 지난 2007년 이후 올해까지 평균 15.3% 수준이다. 최근 13년간 정부가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지급하지 않은 지원금 규모도 24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건강보험료 53조 8000만 원의 46%다. 국민이 반년간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금액이다.

국가는 국민건강권에 대해 무한책임이 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보건·의료 중요성이 커진다. 그런데 국가가 법으로 규정된 것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이것은 정부와 국민 간에 커다란 불신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항이다. 더욱이 건강보험료에 대한 국민적 불만도 팽배해 있다. 매달 꼬박꼬박 원천징수를 당하는 직장인의 경우 국가마저 제대로 보험료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에 억울하기까지 할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건강보험료가 그만큼 상승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또다시 적자를 빌미로 건강보험료를 올리면 국민 불만은 가중될 것이다. 국가는 건강보험료 20%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는 반면 지난 12년간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들이 추가 납부한 연말정산 건강보험료는 약 21조 2000억 원이나 된다. 국민에게는 받을 것 다 받고 국가는 다 내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 정부는 그동안 내지 않은 국고지원금을 다 내야 하며 국민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 줄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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