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클리블랜드·영국 프레스턴
공공기관 중기·협동조합서 조달
자본 외부유출 60%→20% 낮춰
고용·소득 상승 지역사회 활력

"우리나라 공공조달은 연간 120조 원 규모다. 앵커기관이 협력체계를 구축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공공조달 혁신을 하면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전중근 다른경제협동조합 이사장은 8일 오후 경남도청 도민쉼터에서 '사회혁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공공조달 혁신방안'을 주제로 열린 사회혁신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전 이사장은 '앵커기관과 로컬퍼스트' 발제에서 미국의 클리블랜드와 영국의 프레스턴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앵커기관은 지역사회에서 많은 이를 고용하고 돈을 쓰며 닻(anchor)을 내린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정부기관, 경찰서, 대학, 병원 등을 말한다.

산업공동화로 쇠퇴하던 클리블랜드와 프레스턴은 대기업 유치나 대규모 개발사업 등 기존 정책이 아니라 공공조달 혁신을 선택했다. 앵커기관들은 뜻을 모아 자본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지역구매 우선 정책을 펼쳐 고용과 소득을 올려 지역사회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공공조달 혁신 결과 프레스턴 7개 앵커기관의 2013년 연간 조달지출 1조 8000억 원 중 시가 위치한 랭커셔주 지역 내 공급은 39%에서 4년 후 80%까지 늘어났다. 기관들이 지역의 협동조합과 중소기업에서 조달하면서 외부 유출이 61%에서 20%로 대폭 줄어든 것이다.

전 이사장은 "현재 공공조달 체계는 최저가 낙찰이 이뤄지는 구조여서 사회적 가치가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앵커미션은 지역에 기반한 기관의 경제적 힘과 그 인적·지적 자원을 결합해 공동체가 더 나은 번영을 누리게 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 '경남을 디자인하다' 경남 사회혁신 연속토론회 제1차 '사회혁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공공조달 혁신방안' 토론회가 8일 경남도청 1층 도정홍보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중근 다른경제협동조합 이사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경남을 디자인하다' 경남 사회혁신 연속토론회 제1차 '사회혁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공공조달 혁신방안' 토론회가 8일 경남도청 1층 도정홍보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중근 다른경제협동조합 이사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이어 "지역공동체를 좋게 만들고, 지역민 삶의 질을 높이는 협업, 기초조사와 전략수립 등 연구가 필요하다"며 '공동체 부' 형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혁신을 강조했다. 더불어 회복력 있는 지역경제 패러다임 전환, 로컬퍼스트 등 시민캠페인, 지역재투자법 제정 공론화, 정부 의존 아닌 시민사회 주도 역량 강화, 지역기업 운동과 평가지수 개발 등도 제안했다.

오영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미래혁신실장은 'LH의 사회적 가치 추진과 우선구매정책'을 소개했다.

LH의 대표적인 사회적 가치 협업체계는 진주혁신네트워크, 공정무역마을만들기 운동, 사회적 가치 협의체 등이다. LH는 임대아파트 단지 상가를 시세보다 싸게 청년·사회적기업·소상공인에게 임대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 'LH희망상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LH는 공공조달에서 규모별 지역제한 정책을 펼쳐 지역우선구매도 늘렸다. 2017년과 2018년 실적을 비교하면 시설공사는 2925억 원에서 5785억 원, 용역은 199억 원에서 291억 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구내식당의 진주지역 로컬푸드 식재료 우선구매로 지역농산물 구매율은 2018년 22%에서 올해 40%로 상향됐다.

이승열 한국시설안전공단 운영지원실장은 진주혁신도시에 입주한 한국세라믹기술원·한국승강기안전공단·한국산업기술시험원·한국저작권위원회 등 5개 공공기관 구매담당자 협의체인 '공공기관 공정문화,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계약업무협의회' 운영 사례와 계획을 발표했다.

박성호 행정부지사는 "장애인·자활·사회적기업·중소기업 등 우선 구매 비율이 낮은 게 현실이다. 반성한다"며 "사회적 가치 싹을 틔우고 발전하려면 수요처가 많아져 상승효과를 내야 한다. 경남도청부터 어떻게 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혁신 의제를 놓고 민간과 행정이 함께 고민하는 '경남을 디자인하다' 사회혁신 연속토론회는 12월까지 5회에 걸쳐 진행된다. 사회혁신추진단은 내달 19일 '민관협업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주제로 2차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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