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천황산 지명 관련 일제 잔재 청산 목소리 반일 분위기에 재부각

1919년 일제 강점기 민족문화 말살 정책으로 조선총독부가 이름을 바꾼 밀양 '천황산'을 본래 산 이름인 '재악산'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 7월 25일 열린 제211회 밀양시의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장영우(더불어민주당·다 선거구) 의원이 '재악산 지명 복원, 밀양시의 적극적인 행정을 촉구하며'라는 5분 발언을 하면서 부각됐다. 하지만 34년째 재악산 지명 복원을 위해 전국적으로 '재악산 산명 복원 범국민운동'을 벌이고 있는 밀양 재야 향토사학자들의 열정이 현재 반일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장 의원은 "일제가 지명을 개악한 후 1961년 정부가 경제 개발을 하면서 명확한 검증 확인·검토 없이 옛 고유지명 '재악산' 제1봉(사자봉)을 천황산으로, 제2봉 수미봉을 '재약산'으로 2개 산명을 고시 결정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5년 밀양시가 노력했음에도 국가지명위원회가 지명 복원을 부결시켰다. 다시 밀양시 관계자들과 전국 향우, 밀양시의회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제대로 된 근거를 모아 재악산 지명 복원 안건을 올리자"고 촉구했다.

장 의원과 도재국(68·전 밀양시 지명위원) 밀양지역 재야 향토사학자에 따르면 광복 50주년이 되는 1995년 밀양시가 경남도에 '제1봉을 천황산에서 재약산으로 개명'할 것을 건의했다. 그러나 경남도 지명위원회는 '천황산이 아니고 재악산이 타당하다'며 밀양시장에게 사료를 참고해 다시 조사하라고 했다. 하지만 밀양시는 재악산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다시 '재약산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경남도에 보고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 지명위원회는 재약산으로 심의해서 국립지리원(현재 국토지리정보원)에 보고했는데, 국립지리원 산하 중앙지명위원회는 울산시 요구대로 '천황산이 맞다'고 결정하고 경남도와 밀양시에 '유보 결정'이라고 통보하며 사실상 기각했다.

이후 지난 2015년 4월 밀양시 지명위원회가 '재악산 산명 복원'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6월 경남도 지명위원회에서도 통과됐지만, 그해 12월 국가지명위원회에서는 부결돼 2019년 8월 현재까지 재악산 고유 지명이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 2015년 5월 28일 밀양시의회는 의장 명의로 밀양시 산지명 변경(고유지명 복원)은 일제 잔재 청산과 민족 정기 회복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하며, '재악산' 수미봉 계획에 동의한다고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며 "2015년 이후에 밝혀진 명백한 근거 자료들을 잘 검토해서 원래 지명으로 복원시키는 게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도재국 씨는 "2015년 울산의 손을 들어준 국가지명위원회 결정 이후 발기인 3명과 함께 '재악산 산명 복원 범국민운동'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2019년 8월 현재 범국민운동·발기인 참여·위원 위촉 등 3가지 서명에 전국에서 1200~1300명이 동참했다. 발기인 3명은 도 씨를 비롯해 손흥수(78·전 밀양시 지명위원) 향토사학자, 정대재 소설가(밀양독립운동 장편소설 <떠오르는 지평선> 작가)다.

도 씨는 "재악산 산명 복원 운동은 재야 향토사학자들이 34년째 열정으로만 진행해온 일이라 발기인대회도 못하고 중과부적"이라고 토로하면서도 "지명 복원이 될 때까지 우리는 계속한다. 울산보다 밀양의 힘이 부족하겠지만, 밀양시와 의회, 사회단체, 표충사가 같이 협력하면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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