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경기보러 고양·포항도 가
"열악한 환경 아니까 더 눈길
어린 선수 성장기회 많아지길"

NC다이노스 팬 김은실(34) 씨 눈은 창원NC파크보다는 마산야구장을 향해 있다. 1군 경기보다 2군 경기에 관심을 더 둔 덕분인데, 은실 씨는 그 이유로 '1군은 내가 아니더라도 응원할 팬이 많다는 점'을 꼽는다.

2012년 NC가 창단할 때 야구를 접하기 시작해 7년째 NC만을, 그중에서도 2군 선수들을 더 유심히 지켜보는 은실 씨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2년 처음으로 야구를 접했다고?

"맞다. 이전까지 스포츠, 특히 야구는 전혀 모르고 살았다. 2012년 친구를 따라 상동야구장에 간 게 계기가 돼 야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야구 배트에 공이 맞을 때 나는 '딱' 하는 소리가 정말 좋았다. 야구 룰도 전혀 모르고 경기를 봤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첫 경기 관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야구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동호회에서 여성야구단을 만든다고 해 1~2년가량 열심히 훈련한 기억도 있다. 여러 사정 때문에 경기는 뛰지 못했지만 야구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도 캐치볼을 간간이 하며 야구를 직접 즐기고 있다."

-유독 2군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첫 경기 관람이 2군 경기여서 그런지 몰라도 이후로도 1군보다는 2군 팀에 더 애정을 쏟았다. 2군 경기를 보러 고양, 포항도 수시로 들렀다. 1군에 비해 열악한 그 환경을 잘 알다 보니 괜히 더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2군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둬 1군으로 콜업됐을 때 내 일처럼 기쁘다. 올해 NC 2군이 마산야구장에 새 둥지를 틀지 않았나. 1군을 바로 옆에 둔 동시에 확실한 '홈 구장'까지 생겼으니 선수들에게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될 듯하다. 반대로 경찰야구단 해체는 정말 아쉽다. 야구를 생계로 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경찰야구단은 '꾸준히 야구를 하며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기회였다. 군 복무 해결을 위한 다른 대안이 빨리 나왔으면 한다."

▲ NC 퓨처스팀 열혈팬 김은실 씨.
▲ NC 퓨처스팀 열혈팬 김은실 씨.

-올해 NC 퓨처스팀에서 눈여겨보는 선수는?

"내야수 최정원과 서호철 선수. 두 선수 모두 올해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기도 하고 무언가를 이루려는 의지가 정말 뛰어난 듯하다. 서호철 선수는 올해 1군 콜업 기회도 몇 차례 있었는데 그때마다 잔 부상으로 콜업되지 못한 걸로 안다. 하지만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이어간다면 분명히 다시 기회가 찾아오리라 믿는다. 1군에서 뛰는 선수 가운데는 김태진, 최성영, 박진우 선수를 응원한다. 개인적으로 이미 스타 반열에 오른 선수보다는 꾸준히 성장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더 힘을 보내고 있다. 물질적으로 무언가를 마냥 해주지는 못하지만 경기장에서 힘껏 응원하는 게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 창원NC파크는 가 봤나. 가 봤다면 어떤 느낌이었나.

"주말 야구장 투어에도 참가해 봤는데 정말 좋더라. 선수들과 더 가깝게 느껴지는 구조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평소 일 때문에 평일 경기보단 주말에 경기장을 찾는 편이다. 평일 꾹꾹 눌러왔던 '관람 열정'과 비용을 주말 프리미엄석에서 마음껏 푼다. 마산야구장보다 선수단과 직접 대면할 기회가 줄었다는 점은 아쉽다. 예전에는 출·퇴근 길에 선수들을 마주하며 선물 등을 건넬 수 있었는데 창원NC파크는 그 같은 일이 힘들어졌다. 아울러 상시개방시설과 주차장 간 거리가 다소 멀다는 점도 팬 처지에서는 불편함이다. 요즘처럼 더운 날, 철골주차장이나 마산야구센터 동문 근처에 주차를 하고 상시개방시설을 찾으려 하면, 가다가 진이 다 빠진다."

-새 야구장 명칭 논란이 한참 있었다. 개인적인 의견은?

"창원과 마산, 진해가 통합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명칭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실망이 컸다. 많은 팬이 창원NC파크 마산구장이라는 이름보다는 '엔팍'으로 줄여 부르곤 한다. 더 많이, 편하게 불리는 이름으로 굳어지지 않을까 한다."

-내 인생 경기를 꼽자면?

"2012년 함평야구장에서 열린 KIA 전이다. 당시 NC가 뒤지고 있었는데 6회 때인가 우천으로 잠시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경기가 재개되고 나서 연이은 안타로 기회를 잡은 NC는 조평호의 시원시원한 홈런으로 단번에 경기를 뒤집고 승리하는 일이 있었다. 덕분에 원정 팬들은 난리가 났었고. 경기 종료 후 김경문 전 감독님이 원정 응원석 쪽으로 와 '엄지 척'을 날려주기도 했다. 잊지 못할 추억이다."

-시즌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NC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올 시즌 사령탑이 바뀌는 등 팀이 많은 변화를 겪지 않았나. 새로운 환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자랑스럽다. 특히 그 과정에서 김형준, 김영규 선수 같은 어린 선수들의 성장도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남은 기간에도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장이 많이 마련됐으면 한다."

-야구 매력은 뭔가.

"사실 경기를 보며 마냥 스트레스가 해소되진 않는다. 팀 성적에 따라 좌지우지되니 말이다. 그럼에도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을 때, 안타 하나를 쳤을 때, 홈런이 나왔을 때 등 매순간 느끼는 짜릿함이 있다. 때론 탄식으로, 때론 함성으로 나오는 그 순간의 짜릿함 때문에 야구를 끊을 수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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